조국의 수치

by 히다이드

언젠가부터 내가 있는 칸의 바로 옆 칸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나만 보면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열차 안에서 우리 자리를 지나갈 때마다 날 힐끗 쳐다보며 자기들끼리 키득거리는데 처음에 난 호감의 표시인 줄 알고 같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데 자꾸 그러니까 왜 그러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동양인이라 얕잡아 보는 것 같아서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한 역에서 정차하게 되어 열차에서 내렸을 때 그 이유를 알게 됐다. 플랫폼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옆 칸의 사람들이 내가 옆을 지나가자 “붕~”하는 소리를 내며 낄낄대는 것이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 사람들은 내 방귀소리를 흉내 내고 있었다. 사실 그 당시 내 방귀 소리가 유난히 크긴 했다. 폭발하는 것 같기도 하고 찢어버리는 것 같기도 한 소리였다. 개인 프로젝트를 한다고 10 개월 넘게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만 있었는데 아무래도 장운동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하루 종일 방귀를 참고 있다 밤에 자면서 몇 번 시원하게 꼈는데 그 소리를 들은 것이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옆 칸에 있는 사람들이 들었다면 같은 칸에 있는 사람들도 들었을 텐데 이 사려 깊은 사람들이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날 밤부터 어떻게든 소리를 작게 내려고 사투를 벌였다. 그런데 아무리 배에 힘을 줘도 조절할 수가 없었다. 나의 천박한 배를 움켜잡으며 얼마나 저주했는지 모른다. 열차에서 어떤 한국인을 만났는데 방귀소리가 대포 소리 같았다며 시시덕거리는 모습을 생각하면 조국에 죄를 짓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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