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교

by 히다이드

시베리아의 이름 모를 강을 가로지르는 철교를 건너며 직장에 다닐 때 지하철로 출근하며 철교를 건너던 때가 생각났다. 7 년 동안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 숭례문 근처 사무실까지 출퇴근을 했었다. 안산에서 지하철 4 호선을 타면 언제나 앉아서 갈 수 있었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가방에서 서울까지 가며 볼 책부터 꺼냈었다.


지하철에서 뭘 보면 왜 그렇게 졸음이 오는지 모른다. 책을 펴놓고 조금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이 스르륵 감기는데 사실은 내가 고대하던 순간이었다. 덜커덩거리는 지하철 안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자는 게 나는 너무나 좋았다. 자는 중간에 가끔 고개를 들어 어디쯤 왔는지 확인했는데, 지하철이 4호선 동작역에서 땅 밖으로 나와 한강 위 철교를 건너면 창밖을 내다보며 잠을 쫓았다. 아침 햇빛을 받아 빛나는 63 빌딩과 여의도의 고층 빌딩들, 강변의 아파트들을 보다 보면 그날 내가 해야 할 일들도 떠오르고 내가 짊어지고 있는 다른 문제들도 떠올라서 아침부터 괜히 심각해지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루하루 더 즐길 수도 있었는데 뭐가 매일 그렇게 심각했는지 모르겠다.


이 날 아침 이르쿠츠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의 호스텔에서 만났던 한국인 여자가 내렸다. 이 사람 말고 기차에서 가끔 마주쳤던 다른 한국인들도 대부분 이르쿠츠크에서 내렸다. 여자에게 잘 가라고, 여행 잘하라고 인사는 했는데 가끔 마주쳤을 때 눈인사만 나누고 그냥 지나친 게 미안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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