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평지만 달려왔는데 고도가 점점 높아지더니 멀리 그동안 달려온 벌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움직이는 기차 안에서 멍하니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한 두 그루씩 나무가 나타나서 시야를 가리더니 잠시 후에 산속으로 들어섰다. 산속은 아직 겨울이었다. 곳곳에 눈이 쌓여 있었고 심지어 열차를 타고 가는 중에 눈이 내리기도 했다. 옆에 있던 러시아 동행에게 “우랄?”하고 물어보니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양과 서양을 나누는 경계선을 지나고 있어서인지 열차 밖으로 보이는 마을의 풍경에서 유럽의 향기가 느껴졌다. 그전까지 봤던 마을들과 마찬가지로 나무로 지은 허름한 목조 주택들 뿐이었지만 꾸며 놓은 모습이나 마을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우랄 산맥으로 들어오기 전과는 왠지 모르게 달라 보였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마을들을 보며 교통도 안 좋고 딱히 할 것도 없어 보이는데 산속에서 뭘 하며 먹고 사는지가 궁금하다며 한국인 동행과 이런저런 추측을 했다.
기차를 타고 산속을 지나는 낭만적인 상황이 마음의 문을 열게 했다. 우랄 산맥을 통과하면서 한국인 동행과 처음으로 속 깊은 얘기를 나눴다. 물론 그 전에도 이런저런 얘기를 했었지만 주로 상투적인 얘기들이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기대, 부모는 모르지만 자식은 아는 현실, 그 속에서 왜 여행을 떠나려고 한 건지, 준비는 어떻게 했는지 등을 얘기했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600 만원을 모았다는 얘기를 들으며 참 대단한 친구라는 생각을 했다.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열차에서 내리면 다시 볼 일도 없겠지만 그렇게 툭 터놓고 얘기를 하다 보니 오랜 친구와 얘기를 하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