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

by 히다이드

하루만 더 횡단 열차를 타고 가면 모스크바에 도착한다. 저녁 무렵 한 역에 정차했는데 러시아군 신병들이 열차에 오르는 걸 볼 수 있었다. 앳된 얼굴에 몸에 잘 맞지도 않는 군복을 입은 친구들이 부대 지휘관이 한 명씩 이름을 부를 때마다 큰 소리로 대답하며 열차에 올라탔다. 더플백을 둘러매고 열차에 오르면 함께 온 가족뿐 아니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 같이 박수를 치며 격려하는 모습이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흥미롭게 구경하다 열차가 떠날 시간이 되어 내 자리로 돌아왔는데 방금 열차에 탄 신병들이 지마와 세르게이가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열차가 출발하자 신병들이 더플백에서 가족들이 챙겨준 음식을 꺼내기 시작했다. 과일과 빵 같은 것들이 더플백 가득 들어있었는데 이 친구들은 누구한테 쫓기기라도 하듯 급하게 먹고 싶은 것만 골라 먹고 나머지는 전부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 와중에 난 바나나를 얻어먹기도 했다.


같이 하룻밤을 보냈는데 긴장을 해서인지 다들 조용했다. 다음날 이른 아침 이 친구들은 기차에서 내렸다. 네 줄로 줄을 맞춰 서 있다가 지휘관이 신호를 하자 발을 맞추어 씩씩하게 걸어가던 뒷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초코파이라도 하나 챙겨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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