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중2수학(3) - 수학별곡(하)

by 박쥐마담

중2님은 수업, 숙제, 보충수업, 또 숙제, 다시 수업을 매주 반복했다. 제 의사로 학원에 등록했으니 일주일 단위로 도돌이표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학 학원에 다닌 지 7주가 되었다. 중학교 2학년 2학기 중간고사가 다가왔다. 수학 시험을 치르고 돌아온 날, 그는 들떠 있었다. 다 맞은 것 같다나. 역시 타율적으로 공부해야 성적이 오른다나.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내신 대비는 동네 학원이 잘 시킨다는 동네 엄마들 말씀이 진리인 셈이었다. 이제 중2님은 중학교 1학년 첫 수학 시험에서 50점을 받았던 흑역사를 묻고, 동네 수학 학원에서 구원을 받아 엄친아 반열에 등극하게 되는 것일까?


그로부터 2주 뒤 일요일, 나는 교회에서 제보를 받았다. 중2님이 교회학교 청소년부를 2주 연속 결석했다나. 오늘 아침 분명히 평소와 다름없이 교회에 간다고 의관을 정제하고 집을 나섰는데, 오늘뿐 아니라 지난주도 교회에 오지 않았다니 이건 무슨 소린지. 일단 남편에게 조사관 임무를 넘겼다. 중2님은 지난주 일요일에는 피씨방에 갔고, 오늘은 자전거 유람을 다녔다고 했다. 부모 때문에 억지춘향으로 교회 다니는 분이 아닌데 왜 그랬나 싶어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답은 간단했다. “놀고 싶어서.” 그의 놀이 욕구는 책상에 앉아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더욱 절실해졌다. 결국, 수학 학원 대신 교회를 ‘째고’ 일요일 반나절을 알차게 놀며 ‘워라밸’을 맞춘 것이다.


중2님은 이번 중간고사 수학 시험에 자신이 가진 대부분의 기운을 쏟아부었다. 고3도 아닌 그가 공부에 쓸 에너지 총량은 빤했으니, 수학 이외의 다른 과목들은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친구들과 스터디를 한답시고 맥도널드에서 공부하는 ‘폼’까지 잡았으니, 수학 성적이 오른 만큼 다른 과목 점수는 동반 하락했다. 최종적으로 그의 중간고사 평균 점수는 ‘플러스마이너스 제로’가 되어 학원 등록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되었다.


유희의 인간(Homo Ludens)에게 공부의 계절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가 앞으로 어떤 성적을 거두어 무엇을 하며 먹고 살지 내가 알 수는 없으나 한가지는 분명하다. 그는 짬짬이 잘 노는 인간으로 한평생을 살 것이다. 앞으로 또 엄마에게 거짓말하면 핸드폰 해지시켜 버릴 거라는 협박성 훈시를 마음에 새겼으니, 풍류남아 중2님은 여럿이 혹은 홀로 더 당당히 놀 것이다. 낙엽과 함께 놀기에 좋은 날들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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