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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Dec 01. 2020

집으로 돌아가는 길

너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졌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지난 겨울 공연에서 그가 부르던 '고백'의 선율과 노랫말이 켜켜이 떠올랐다. 그의 감성이 또다시 쓸쓸함을 더하였다. 미치도록, 그날의 감정이 그리운 나머지, 어느 순간이 잘도 선명하게 투영되었다. 그중에서도 무척이나 아름다웠던 너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졌다. 너는 모든 것이 예뻤던, 그런 소중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런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함께 했던 마지막 순간까지도, 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면서 선물을 건네던, 너는 그리도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간 함께 쌓았던 편린의 무게는 평생을 살아도 쉬이 가볍게 볼 수 없는 그런 것이라고 여긴다. 어쩌면 숨 쉬는 동안 평생 안고 갈 수밖에 없는, 혹은 떼어낼 수 없는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행복했던 우리의 모습들은 앞으로 더 이상은 꺼내지 않기로 하였다.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그저 지금은 가슴 저미는 이별택시가 아니어서, 다행으로 여기기로 하였다. 그 정도면 되었다. 공허함이 묻어나는 슬픈 자정 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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