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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Dec 28. 2020

그 마음을 늘 간직하고자 해요

어떻게 해야 전할 수 있을까요. 저의 마음을요.

글을 써 놓고 후회하는 일이 적잖이 생기고는 해요. 대개는 그런 생각들이에요. "왜 그 단어를 꺼내 들었을까", "그 문장은 글의 맥락과 거리가 있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거였는데", 더 나아가 "왜 그런 글을 썼을까"까지, 정말 여러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부끄럽지만, 글을 다 써놓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 수정했던 적도 있었어요. 심지어 몇 년 전의 글의 단어를 바꾼 적도 있거든요. 지난 시간, 한정된 어휘로 글을 쓸 수밖에 없었던 제가 몹시도 초라해 보였어요. 그래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어요. 앞으로는 그러지 않으려고요. 지금의 자아가 존재할 수 있는 건, 그때의 제가 있어서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요. 


어쨌든 무언가를 쓸 때엔 맘에 들지 않은 곳이 생기면, 몇 번을 지웠다가, 다시 그 지워진 여백에 글을 채웁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도 늘 후회하는 게 글이라고 여겨집니다. 삶도 그래요. 어떤 일을 겪으면, 되뇌고 복기하여 다시는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후회할 일이 어떻게든 생겨요. 삶도, 글을 쓰는 것도 그래서 쉽지 않은 건가 봐요. 사실 얼마 전에 마음 쓴 일에 관하여 글 쓴 것을 후회했어요. 누군가 저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 마치 못마땅하여 떼를 쓰며 조른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마음속에 응어리진 것들을 내뱉는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은 단어와 표현이 생기게 되고, 결국 '내가 왜 이 글을 쓴 걸까'라는 후회로 귀결이 되고 만 거에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한 걸, 후회하게 되었어요. 그 글은 누군가에게 울림을 줄 수 있거나 선한 영향력을 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투정에 불과한 끄적거림에 불과한데, 그 글을 읽은 많은 분들께서 제게 따뜻한 울림을 주셨거든요. 저는 늘 글을 쓰는 게 두려웠어요. 평가를 받으려고 글을 쓰는 게 아닌데, 제 글이 등급이 매겨지는 평가의 대상이 될까 봐서요. 지금 절실히 깨닫는 건, 누군가의 비난과 비판이 섞인 평가에 의식하기보다는 제 글을 보고 따듯한 위로와 위안을 건네주시는 분들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걸요. 


그래서 필력이 달려도, 두서가 없어도, 영향을 주지 못해도, 적어도 쓰는 걸 두려워하지는 말자고요. 응원을 건네주시는 고마운 사람에게 늘 할 수 있는 표현이라고는 '고마워요'란 말이 전부인 것 같아요. 그 이상을 표현하려 해도 마땅한 단어나 표현이 생각아 나지 없더라고요. 그 표현에 거짓이 없는, 참된 마음을 가득 담고자 노력해요. 그럼에도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은 머릿속에 있어요. 그 마음을 늘 간직하려고요. 늘 고맙습니다. 비록 적잖은 무엇들이 우리를 힘들게 할지라도, 마음만은 따뜻한 계절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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