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끝 Dec 30. 2020

글의 무게

한 해의 마지막 시점에서 본질에 관하여 고찰하다

글에는 강력한 힘이 있다. 단지 보이는 것을 넘어, 글자와 글자가 만나면서 이루어지는 단어와 문장에 담긴 함축적인 뜻과 비유는 물론, 제목과 부제 사용을 통한 집약적 표현, 쉼표를 어느 자리에 어떻게 넣거나 마침표를 사용하는 것까지 저마다의 의미가 담겨있다. 여기에 행간을 읽는 일까지 더하면,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적게는 글자 수의 두어 배, 많게는 예닐곱 배가 될 것이다. 이 때문에 글이 가진 무형의 힘은 천문학적일 것이라, 확신한다. 


수년간을 글을 읽거나 또는 써오면서, 문장을 만드는 것이 적잖은 책임감을 동반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머리말이나 리드 하나에도 웃거나, 울거나, 욕설이 난무하다 심지어는 싸움까지 벌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이러니한 건 이러한 글을 만드는 과정에서 창작자들 역시 고통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글을 쓰는 건 항상 어렵다. 괴롭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도 무언가를 계속 쓰고자 하는 마음이 멈추질 않는다. 일종의 합법적인 마약인 셈이다. 


그런데 글을 적어 내려가다 마무리하여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고 나면, 어떠한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글을 읽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글은 가진 힘만큼이나 조심히 다뤄야 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사람을 치유할 수도, 또는 위해를 가할 수도 있어서다. 그래서 나는 조회수를 목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이뤄진 뉴스가 몹시도 불편하다. 


펜을 쥔 그들은, 추후에 벌어지게 될 파장을 고려하기보다는 어떠한 안위와 목적만을 위해 글을 쓴다. 취재라는 과정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그래서 더 이상 펜이, 펜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가장 기본적인 역할과 책무인 사실관계 확인을 통한 진실 전달과 사회적 조정은 잊히고 말았다. 영상은 시각적 효과를 통해 단 시간 내 파급력을 미치지만, 글은 느린 속도일지라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되뇌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도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잘못된 여론을 조성하는 데 있어 이렇게 편리한 도구가 또 있을까. 그렇기에, 그들에겐 그저 '써대면 그만'인 것을. 글이 가진 힘만큼이나, 글자가 지닌 무게를 통감하길 바라는 건 역시 사치인 걸까. 예전에 한 선배에게 그런 얘길 들은 적이 있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들이는 걸로는 부족하다. 영혼을 바쳐 써야 한다"라고. 나 역시 글의 무게에 대한 생각이 적잖이 무뎌진 만큼, 그 무게에 대해 다시 한번 통감하고 유념해야 한다. 어느 공간이든 글이 지닌 무게는 다르지 않다. 글의 무게를 늘 잊지 않으며 문장을 써 내려갈 수 있는 그런 존재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 마음을 늘 간직하고자 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