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O·MTM 제작 방식에 관한 견해, 그리고 특화 브랜드의 필요성
이전 글의 말미에 MTO(Made To Order)와 MTM(Made To Measure)에 관하여 잠깐 언급을 했는데요. 여러 해외 브랜드에서 편집샵을 통하여 RTW를 비롯하여 MTO, MTM을 통한 오더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MTO와 MTM의 경우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발생하면서 대중적인 오더 서비스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해외 브랜드의 경우 MTO, MTM을 통하여 주문을 해서 옷을 받았다가 잘못된 결과물이 나오게 되었을 경우 이를 유연하게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RTW가 아닌 이상, 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옷은, 제작자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으며 원활하게 수정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옷을 해외로 보내 수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로 인하여 시일이 걸리기도 하며 감정적인 소모를 발생하여 판매자와 구매자 입장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해외 브랜드를 많이 경험해 보신 분들은 MTO, MTM보다는 RTW를 추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해외 브랜드의 풀 비스포크가 아니라면 RTW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특정 브랜드를 자신의 취향에 맞춰서 주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만큼, 일장일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패션에 정답은 없습니다. 취향만 존재할 뿐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MTO와 MTM 서비스를 전개하는 곳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연남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셔츠와 바지로 널리 알려져 있는 Sartology, 래글런 코트에 이어 수트와 자켓 결과물을 다양하게 선보이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IN THE LAB이 있습니다. 해외 브랜드의 MTO, MTM 서비스와 비교하여 유연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데다,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최근 들어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Sartology의 경우 셔츠와 바지를 주문한 경험이 있습니다. 대표님께서 옷을 워낙 좋아하는 '옷환자'인 만큼 고객과의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는 장점이 있으며, 이런 점이 옷 제작 과정에도 잘 반영되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님께서는 옷을 입는 과정에서 사소한 부분일지라도 늘 관심을 갖고 계셔서, 블로그를 통하여 다양한 팁을 전달하고 계시기도 합니다. 자켓의 경우 'M 자켓'을 전개하고 있는데, 제가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자켓에 필요한 대부분의 디테일이 적용되어 있으며, 패드와 심지, 안감을 최소화하여 가볍고 편안한 착용감을 선사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IN THE LAB의 경우 설명에 따르면, 'M라인'과 'H라인'이 있으며, M라인의 경우 머신 메이드를 기반으로 한 MTM/MTO 서비스, H라인은 Bespoke 서비스를 뜻합니다. 최근 수트와 자켓 등 다양한 영역에서 멋진 결과물을 선보이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대표님께서 매일 블로그를 통하여 다양한 결과물에 관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데, 그 꾸준함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매번 하게 됩니다.
이들 브랜드가 추구하는 제작방식은 기존 Bespoke에 비하여 가격적인 메리트를 갖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원맨 메이드 또는 풀 핸드 메이드로 제작되는 방식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맞춤 결과물은 일정 부분 머신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원맨 메이드나 풀 핸드 메이드를 통하여 지어진 옷이, 머신을 사용하여 지어진 옷과 비교하여 입어봤을 때 큰 차이를 체감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 차이가 무의미한 차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유의미할 수 있다고 여깁니다. 다만, 그 간극이 엄청나게 크지는 않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맨 메이드와 풀 핸드 메이드 방식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옷 한 벌을 짓기 위하여 기술자가 봉제에 쏟아붓는 시간과 열정, 기계의 힘을 거의 빌리지 않고 손끝에서만 나온 움직임이 반영된 옷이라는 특수성, 원맨 메이드 및 풀 핸드 메이드 브랜드가 추구하는 지향점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아이덴티티 때문인 것이죠. 이 역시 정답은 없습니다. 어느 영역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니까요.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무엇이 정답이며, 다른 무엇은 오답이 아니라는 부분입니다. 단순히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어도, 그것이 오답은 아니라는 겁니다. 어느 누군가에게는 오답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가 만족을 한다면 그것은 오답이 아니죠. 결론적으로 '옷질'은 정답과 오답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만족의 영역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내에도 카테고리에 특화된 좋은 브랜드가 늘어나길 기원합니다. 이를테면 그런 것이죠. 국내 토탈 브랜드의 경우 분명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특화 브랜드가 이런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죠. 트라우저 영역에서 Ambrosi, Rota, Pommella Napoli, Echizenya 등의 RTW가 떠오르는 것처럼 특정 카테고리 안에서 해당 제품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사실 바지의 경우 국내에서는 앞서 언급한 브랜드의 대체재가 없어서, Bespoke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바지의 경우 해외 RTW와 국내 Bespoke의 가격 차이도 그리 크지 않습니다. 프로모션을 통하여 바지를 제작할 경우 오히려 Bespoke가 더 저렴한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최근에 바지 카테고리에서도 도메스틱을 표방한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제작 공장이 어디인지도 잘 모르겠고, 원단에 대한 정보도 없어서 얼마나 질 좋은 원단을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도메스틱은 아직까지는 요원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Bespoke 하우스의 경우 맞춤을 지향하는 곳인 만큼, 다른 영역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국내에서도 제대로 된 RTW가 언제쯤 나타날지도 지켜봐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해외 RTW를 바잉하면서 노하우를 축적한 편집샵 TESTORIA의 행보가 흥미롭기도 합니다. PB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는데, 사실 이런 부분은 편집샵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TESTORIA의 경우 다양한 브랜드의 여러 제품군을 다루고 있는 만큼, 그 노하우가 더 클 테고요. 그래서 PB 제품군도 정말 다양합니다. 물론, 기존에 바잉하는 RTW 브랜드와 상충할 수도 있는 만큼 포지션이 겹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여기까지 국내 클래식 기반 남성복에 관하여 저의 개인적 견해로 정리를 해봤는데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탐구 과정을 거치며, 정리를 하는 기회를 가져보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