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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Jan 08. 2021

기억은 지워도, 사랑은 남는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통해 다시금 확인한 명제

<이터널 선샤인>(사진=네이버 영화 페이지)

<이터널 선샤인>을 또다시 보았다. 2005년에 개봉한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영화가 세상에 나온 지 벌써 15년이 훌쩍 흘렀다. 날씨가 쌀쌀해질 때 이 영화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걸 보면, 괜히 명작으로 여겨지는 게 아닌 듯하다. 특정 시기나 계절이 되면 저절로 생각이 나는 영화. 그것이 진정한 명작이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터널 선샤인>을 억지로 돌려보지는 않는다. 보고 나면 마음이 너무 아플까 봐. 이따금씩 가슴이 깊이 먹먹해질 때, 그 감정에 오롯이 취하고 싶은 욕구가 커지면, 그때에야 비로소 꺼내보는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늘 드는 생각이 있다. 기억을 지우는 시술이 현실에서도 상용화되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것. 물론, 이내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깨닫는다. <이터널 선샤인>은 '기억은 지워도, 사랑은 남는다'라는 명제를 마지막 장면을 통하여 말하고 있어서다. 나는 이 과정에서 사랑의 아픈 기억조차 내 것이라면, 더없이 소중하다는 걸 다시금 느끼고는 한다.


영화 속에서 조엘과 클렘은 기억을 지우는 시술을 받게 되지만(조엘과 클렘의 실수라면 실수겠지만, 어쩌면 이로 인해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고 다시 재회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한다.), 다시 재회한 조엘과 클렘은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러고는 지금도 티격태격하며 잘 살고 있을 거라는 것도.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클렘을 감당하는 조엘은 참 대단한 것 같다. 기억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이전의 인상 혹은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이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사전적 의미처럼 무의식이 아닌 의식 속에서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그것이 좋은 기억이든 혹은 좋지 않은 기억이든 간에.


이처럼 사랑에 대한 기억은 현재 진행형이 아니더라도, 사소한 기억이라도 마음 한편에 자연스럽게 간직하게 되는데, 굳이 이것을 지워야 할 필요가 있을까. 늘 반문하게 된다. 나 역시 사랑을 하고, 이별의 아픔을 겪는 과정에서 스스로가 너무 힘든 나머지 모든 기억을 지워버려야겠단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세월이 겪으며, 그런 모습이 조금은 어리석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아픈 기억과 편린 조차 누군가와의 사랑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분명 소중하다는 걸. 그래서 세월이 흘러 자연스레 옅어질 때까지, 고이 간직해야 한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Beck의 'Everybody's Gotta Learn Sometimes'를 반복해서 듣는 나를 만날 수 있다.



1. 과연 클렘은 자신의 말처럼 좋은 엄마가 되어 있을까?

2. <그린 호넷>의 미셸 공드리와 <이터널 선샤인>의 미셸 공드리는 정말 동일 인물이 맞는 걸까.

3. 마크 러팔로의 새로운 모습. 약간은 찌질해도 말미에는 공감이 되는 역이랄까.

4. 사람은 누구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치유하는 입장이라 할지라도.

5. 요즘처럼 눈 내리는 날이면, '몬탁'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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