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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Jan 14. 2021

살기 위해 씁니다

어떻게든 살아보기 위해서

이따금씩 지인으로부터, 우울한 기운이 감도는 글을 왜 쓰냐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실 그간 누가 나의 글을 읽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고 글을 써 왔다. 그런데 글에서 어두움이나 우울함이 묻어나면 여러 이야기를 듣고는 한다. 겉으로 별다른 감정표현을 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은 글을 보고, 나의 감정상태를 잘도 읽어낸다. 지난해 여러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 도구가 나에게는 글이다. 한동안 도무지 펜을 들거나 자판을 두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괴로움과 아픔은 여전히 상존한다. 다만, 육체적으로는 힘이 있어 움직일 수 있는 만큼, 무어라도 적어보아야 하겠다는 욕구가 강하게 들었다. 그게 글쓰기의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덧붙여 그동안 지내 오며, 스스로 안고 있던 문제에 대해서는 돌아볼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지나온 여정을 복기하는 마음으로 이를 글로 옮겨내어 반성하고 있다. 결국 내가 쓰는 글들은 일종의 반성문인 셈이다.


부연을 하자면, 내가 지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여정기' 정도로 정의하고 싶다. 지난 시절, 글을 잘 쓰고 싶어 기자가 되었다. 하지만 기자가 되어서도 글쓰기 역량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 바라 왔던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우선 나의 역량 탓이 가장 컸다. 기사는 기사대로, 산문은 그 글대로, 서로 다른 역량이 요구되는 영역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공간에 관계없이 매일 반복적으로 글을 쓰려했다. 그러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 그러면서 휴대전화 메모장에 100자에서 300자 정도의 단문은 물론, 원고지 5장 정도 분량의 글을 쓰는 버릇을 들였다. 길을 걷다가,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목욕을 하다가, 침대에 누워 있다가도 쓰고 싶은 단어나 문장이 생각나면 단 한 줄이라도 적어두었다. 그런 걸 모아 장문의 글로 만드는 작업을 했다. 이걸 다시 온라인 공간에 저장해 두는 식으로 글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한 친구로부터 "너는 안 될 거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친구의 발언과 관계없이, 나는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안다. 그래서 그만큼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하여 도전하고자 하는 욕구도 크다. 지금도 끊임없이 발버둥을 치고 있다. 사실 친구의 이야기에 적잖은 상처를 받았고, 화도 났다. 본질적으로는 친구의 이야기에 '그렇지 않아'라고 대답할 수 없을 정도로, 구구절절 정말 맞는 이야기여서 스스로를 자책하며 마음속에서 더 큰 화가 났던 것 같다. 그래서 그간 내가 넘지 못했던 '한계'라는 장벽을 스스로 넘어보고 싶은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어차피 평생 한 번뿐인 인생인데, 계속 패배의식에 찌들어 굴복할 순 없어서다. 그래서 평생 안고 있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발걸음도 내디뎌보기로 했어요. 그 가운데 하나가 책을 내는 일이다.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꿈을 반드시 실현하고자 한다. 결국 내가 글을 쓰는 건, 살기 위해서이다. 그것도 '잘'. 부단히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아등바등하는 여정을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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