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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Jan 15. 2021

"나는 당신의 아픔을 잘 모릅니다"

나의 아픔과 다른 사람의 아픔은, 다른 본질로 여겨져야 한다

며칠 전 얼굴 한 편에 여드름 하나가 올라왔다. 볼록 튀어나온 것도 모자라, 통증까지 동반하여 조금이라도 닿으면, 아픔이 그대로 느껴졌다. 작은 여드름 하나에도 적잖은 아픔을 느끼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얼마만큼 알고, 보고, 느끼고, 이해하고 있을까, 라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알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간 많이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했다. "많이 아프지? 그 아픔 무엇인지, 어느 정도인지 알 것 같아. 지금은 힘들어도 곧 괜찮아질 거야"라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의미 없는 이야기. 하지만, 그런 말이 무슨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을까. 


위로를 건네는 모습으로써,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으로 평가하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일 수 있지 않을까. '공감'과 '동감'으로 포장하여 기존의 상처를 더 깊게 만드는 송곳 같은 말일뿐. 같은 병명이라 할지라도 사람마다 증상부터 시작하여 통증의 정도가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내가 같은 곳을 아파봤다고 하여, 타인의 아픔을 온전히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 나의 아픔과 다른 사람의 아픔은, 전혀 다른 본질로 여겨져야만 한다, 는 나름대로의 생각을 도출하였다. 그리하여, 앞으로 다른 사람의 아픔을 쉽게 여겨 받아들이거나, 내가 겪어보았다고 단정 지어 쉽게 말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앞으로는 그렇게 말을 건네기로 했다. "나는 당신의 아픔을 잘 모릅니다. 다만, 당신이 빨리 좋아지기를 바랄 뿐입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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