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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Jan 29. 2021

버텨야만 했던 무게

문제는 본질에 있었다. 나는 그걸 늦게 알게 되었고.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일상이 멈추었다. 그간의 과정은 어쩌면 창작의 고통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그런 날들이었다. 그만 멈추고 싶을 때 조금만 더 참자, 버텨보자고 생각하고 이를 악물었다. 실제로 고통의 무게가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그렇게라도 스스로 위안을 삼고 싶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쌓일수록 더 이상 내가 버틸 수 있는 무게가 아니겠구나,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음악을 들어도, 책을 읽어도, 맛있는 커피를 마셔도 그 무게는 좀처럼 줄기는커녕 마치 형상처럼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눈 앞에.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문제는 본질에 있었다. 단순히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관련된 일을 부단히 하였지만, 그것이 곧 행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걸 늦게서야 깨달았다. 시간을 되돌리려 했을 때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뒤였다. 올곧은 세상을 위해 타인에게는 엄격하면서도 스스로에게는 너무나 관대한 조직과, 스스로가 너무나 초라하고 보잘것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철옹성처럼 굳게 닫힌 채 너무나 단단해져 버린 것들을 바꾸기엔 나는 너무나 미약하고 작았다.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까지 해오던 것 말고는.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자기 위안이 아닌, 이 무게를 벗어버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어쩌면, 조금은 늦게 도출되었지만 그 늦은 시간만큼 감당하기 힘든 무게를 견뎠을 내 머리와 어깨, 그리고 그 무게를 지탱했을 다리와 발까지, 스스로에게 수고했다, 말하고 싶다. 가던 길을 또다시 가는 건 쉽지만, 없던 길을 새로이 걷는 건 그동안 버텨왔던 무게보다 더 무거울 수 있겠다 싶다. 허나, 그 조차도 내가 감당해야 할 삶의 짐이다. 내가 선택한 만큼 이제는 그 짐을 달게 받고 들어 올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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