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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Mar 12. 2021

더 좋아하는 것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행복에 가까울 수 있다는 믿음

옷과 커피, 달리기, 야구, 그리고 정준일의 음악까지. 더 좋아하는 것들에 관하여 하나부터 열까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사실 좋아하는 것들을 하지 않아도, 온전히 살아가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살기 위한 필수불가결의 요소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냉정하게 복기해 보면, 나는 좋아하는 걸 지속적으로 해오면서도 완벽한 만족을 느껴본 적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좋아하는 걸 통하여 위안을 얻을 수는 있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아쉬움이 존재했고, 어떤 선택으로 인하여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만 했다. 무엇이든 완벽한 만족은 있을 수 없던 건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만족을 추구하고, 그걸 누릴 수 있는 여지와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믿는다. 덧붙여 좋아하는 것들을 놓지 않고 안고 있는 이유는, 이 같은 행동이 자아를 잃지 않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어서다. 스스로에게 한 가지 물음을 던져본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두 놓아버리면, 나에게선 도대체 무엇이 남게 되는 걸까. 설마 아무것도 없는, 무존재가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슬픔과 씁쓸함이 금세 밀려온다.


속도와 효율, 최고를 강조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어렸을 적부터 헛되이 헤프게 쓰면 안 된다고 배웠고, 학업과 업무에 모든 걸 쏟아붓고 이전보다 더 나은 결과와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것이 곧 미덕으로 여겨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야만,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평가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미덕과는 거리가 있는, 더 좋아하는 것들을 여전히 놓을 수 없는 건,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늘 갈망하고 지향하는 행복에 좀 더 가까울 수 있다는 작지만 강한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 여태껏 좋아해 온 것들을, 앞으로도 마음껏 좋아하면서 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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