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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Mar 29. 2021

엄마 밥맛의 비결은 음식을 만드는 마음에 있었다

내가 만들면, 그 맛이 나지 않던 이유에 관하여

손수 밥을 지어먹으면서 생활한 지 어느덧 10년이 훌쩍 지났다. 긴 자취 기간만큼 요리를 하는 시간도 정비례하여 늘었고, 그것이 곧 자취요리 실력으로 체화되었다. 처음에 잘하지 못하던 김치찌개도, 지금은 남 부럽지 않게 할 수 있는 실력이 되었고, 제육볶음은 친구들이 집에 찾아오면 늘 먹고 싶어 하는 메뉴로 자리를 잡았다. 파스타는 라면을 끓이는 것보다 쉽게 느껴질 정도의 실력이 되었다. 스스로 '나쁘지 않은 요리실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가 된 것이다. 음식을 만들기 위하여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고, 또 먹고 나서의 과정이 귀찮을 뿐이지, 요리하는 순간은 그렇게도 즐거울 수가 없다. 그만큼 음식을 만드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고 즐겁다. 못했던 걸, 잘하게 될 때의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랄까.


이처럼 스스로 요리를 할 정도가 되었지만, 아직도 엄마는 내가 못 미더운 가 보다. 자취 요리 경력 10년 차이지만, 엄마의 시각에서는 아직도 찌개도 만들 줄 모르는 아이처럼 비치는 것이다. 엄마는 내가 살고 있는 집에 오실 때마다 내가 주로 만드는 음식에 필요한 재료와 레시피를 세세하게 물어보시며, 일종의 첨삭을 해주시고는 한다. 나는 그때마다 엄마가 말해주는 걸 잘 기억하고 있다가, 음식을 만들 때 그대로 따라 만든다. 하지만 엄마가 해주신 밥맛을 구현하는 건 늘 어렵다. 동일한 재료를 가지고, 똑같은 방법으로 음식을 만들어 봐도 엄마가 해주시는 그 맛이 나질 않아서다.


무엇이 문제일까. 재료가 부족한 걸까. 순서가 잘못된 걸까. 정성이 부족한 걸까. 곰곰이 생각해봐도 특별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최근에 들어서야 문제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음식을 먹는 대상에 관한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지나서 생각해보면, 나는 주로 내가 먹기 위한 음식을 만들어 왔다. '나만 맛있으면 그만이지'라는 식의 생각을 갖고서 음식을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내가 만든 요리를 누군가 맛있게 먹는 마음이 형성되지 않는 것이다. 엄마가 만드는 음식은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자신이 먹기 위한 것이 아닌, 당신의 아들이 맛있게 먹을 생각과 마음을 갖고서 요리에 임하는 것. 그것이 밥맛의 비결이라면 비결이고,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 소중한 조미료가 된다는 것을.


그래서 앞으로는 새로운 마음가짐을 들이고서 음식을 하려 한다. 늘, 언제라도 내가 만든 음식을 가족이 먹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더불어 엄마를 위하여 아들이 정성껏 만드는 일품요리를 선보인다는 마음으로. 물론 제아무리 내가 노력해도, 엄마의 그 맛을 흉내 낼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보다 맛있는 오늘의 식탁을 차리기 위해서라도 마음가짐을 달리할 것이다. 언젠가는 오롯이 엄마만을 위한 밥상을 잘 준비해서, 그녀에게 선보이고 싶다. 내가 만든 음식을, 엄마가 맛있게 드시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그날을 위하여 꾸준히 자취 요리에 정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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