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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May 03. 2021

모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간의 삶을 글을 통하여 복기하고 새롭게 마음을 다잡는다

의외성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다. 그간 안정에 무게를 둔 삶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일도 그렇고, 관계도 그렇고, 어떤 행동에 있어서도. 이로 인하여 주변으로부터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많이도 적잖이 들어왔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으며,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 그래서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말을 듣는 것이 일상이었다. 어떤 사람에게는 나는 그렇게도 재미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 무엇으로 인하여 재미를 찾고, 즐기며 살고 있다. 여기에 어렸을 적부터 관심을 받는 것을 그렇게도 좋아하였다. 이른바 '관종'인 셈이다. 학창 시절에는 메이저리그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 달라고 자처하였다. 그러다 학부생 시절 야구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하였고, 의도치 않게 용돈을 버는 수단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엠엘비파크(MLBPARK)라는 메이저리그 사이트를 제작하게 되었고, 운영자로서 칼럼과 기사를 작성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사람을 많이 만나야만 하는 업에 종사하였다. 현장에 나가 사람을 만나지 않고서는, 글을 쓰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였다. 그렇게 일을 하면서도, 그것과는 별개로 누군가가 나의 글을 봐주기를 바랐다. 그래서 여러 공간에 이따금씩 글을 쓰고는 하였다. 다만 내가 옳다고 여기는 것을 그대로 지켜나가면서도, 그 속에서도 의외성을 추구하려 하는 것이다. 평소 입지 않던 옷을 입거나, 머리를 바꾸거나,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는 일, 접하여 보지 못하였던 커피를 마시는 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 그간 다루지 않았던 주제에 관하여 글을 쓰는 일과 같은 것들이다.


살아가는 데 있어 정답이 어디 있으며, 행동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어느 누가 알 수 있을까. 무얼 하더라도 모나지 않게, 그리고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마냥 행복하지 않다는 걸 안다. 행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고단하지 않아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닌 것처럼, 할 수 있는 것이라면 해 보는 것이 새로운 행복을 찾는 방법이라고 여긴다. 일종의 신념이다. 구체적으로 바람을 적시하여 보면, 나를 위한 것을 넘어 다른 누군가에게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 어쩌면 일생의 가장 큰 꿈일지도 모르겠다.


그간 살아오며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낱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그러나 업을 삼는 사람으로서 부조리를 끈질기게 파헤치거나 올바른 삶의 방향을 지향해야만 하였다. 데스크와 선배들은 '그것이 곧 소명이자 시대정신'이라고 누누이 강조하였다. 그렇게 받아들이며 부단히 살아왔다. 나의 글로 인하여 독자와 대중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 또는 예전과 다른 사회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걸 알았을 때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정론과 직필이라는 단어를 깊게 절감하게 되었다.


그렇게 몇 년을 살다 보니 그러한 감정과 신념이 나라는 사람의 시동을 걸고, 움직이게 만드는 연료가 되었고, 결국에는 살아야만 이유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을 할 때 지키고자 하였던 원칙도 생겼다. 글을 읽는 누군가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거나, 또는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에 빠지게 되거나, 일상을 보내는 게 우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취재원이 상처를 받지 않도록 글자 하나 적는 것에도 미친 듯이 공을 들이는 것은 기본이고, 직접적인 표현을 지양하고자 노력하였다. 그 선을 지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그래도 해야만 하였다. 어떤 일이 있어도 취재원을 끝까지 보호하는 것 역시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일이었다.


글로 밥 벌어먹는 사람의 입과 태도가 절대로 가벼워선 안 된다는 것과 단어와 문장, 펜의 무게를 크게 절감한 것도 이때부터다. 그 이후부터는 선한 마음을 전하거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 되길 바랐다. 어떠한 이윤을 들이고자 하는 목적이 있어서도 아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선(善) 의미처럼 올바르고 착하여 도덕적 기준에 맞는 효과나 작용이 조금이나마 미치길 바라는 것이 전부다. 갖고 있는 소망을 조금이나마 실현하기 위해선, 나부터 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안다. 비록 정의감에 가득 차고, 사회를 아름답게 바꾸는 삶은 아닐 지라도 적어도 스스로에게는, 그리고 나를 아는 모든 사람 앞에서 떳떳할 수 있도록 모나지 않으면서도 꼼수를 부리지 않고, 정수를 두며 살고 싶다. 자가당착에 빠지지 않는 삶, 그거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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