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에 관하여
쓰는 일은 늘 어렵다. 글감을 찾는 과정이 어렵고, 첫 문장을 적어 내려가는 일이 어려우며, 문장과 문장을 결합하여 하나의 문단을 만드는 일도 어렵다. 어렵사리 글을 어느 정도 써 놓고 보면, 오타, 탈자와 비문이 가득한 글이 된 것은 아닐까 조마조마 마음을 졸여야만 하는 내 모습도 부끄럽다. 때로는 누군가 내 글을 윤문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기도 한다. 그만큼 쉽지 않다. 그래도 쓴다. 쓰는 일이 늘 어려운 걸 알면서도, 지난한 과정을 거쳐 하나의 글이 완성되었을 때 뿌듯한 마음과 희열을 느낄 수 있어서다. 글이 주는 즐거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글을 쓰는 것은, 곧 나를 드러내는 일임과 동시에 나를 잃지 않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람은 잠을 잘 때에도, 무의식적으로 생각을 하는 존재이다. 꿈이 그렇지 않은가. 하물며, 하루에 깨어 있는 시간에 수 십번, 수 백번, 어쩌면 수 천번의 생각을 하고, 여러 감정을 느낀다. 그러한 과정에서 큰 깨달음도 얻는다. 오늘, 어제와 다른 내가 되는 일이다. 오늘을 바탕으로, 내일은 새로운 내가 된다. 그런데 생각과 감정은, 일순간의 깨달음으로 끝나선 안 된다. 흘려보내지 않도록,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인 생각이어도 오롯이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기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메모를 하든, 글을 쓰든, 무엇이든 써야 한다는 얘기다. 흔한 생각과 가벼운 깨달음이라도, 글을 쓰는 과정에서 더욱 풍부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로, 또는 문장으로, 글을 쓰는 것은 곧 체화하는 일이기도 하다.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것에 관하여 글을 쓰는 것은, 곧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글을 쓰는 것만큼, 자신 있으며, 즐거운 일이 없다. 좋아하는 걸 쓴다는 것은, 그간의 경험을 회상하고 복기하는 일로써, 가장 생생한 경험담이자 전문성을 드러내는 일종의 행동이기도 하다.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꽤 오랜 시간과 적잖은 예산을 들여야 구축할 수 있는 아카이브를, 개인이 형성하는 과정인 셈이다. 거창한 자료가 아카이브가 되는 것이 아니다. 소중한 경험과 감정이, 켜켜이 쌓이고 쌓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형성되는 것이다. 경험을 통하여 쓰인 글은 더욱 소중하다. 다른 누군가가 쉽게 쓸 수 있는 글이 아니어서다. 내 경험은, 나만 쓸 수 있다.
쓰는 일이 선사하는 기쁨과 즐거움, 행복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모든 것에 있어서 빠르고, 간편한 것이 우선인 세상이 되었다. 수 천자의 잘 쓰인 글보다, 핵심을 담은 1분 남짓 분량의 영상이 크게 주목받는 시대가 되었고, 글을 읽는 시간보다 오히려 클립 영상을 시청하는 횟수와 시간이 더 늘었다. 여기에 온 마음을 담아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은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 아마도 이곳 브런치가 유일한 공간이지 않을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글을 써야 하는 건 영상을 보는 것과는 다른, 온전히 나를 통해 태동하고 파생되는 행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며, 시간이 흘러도 그때의 생각과 감정이 올곧게 기록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오늘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