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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Apr 29. 2021

아동학대 사건 보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누구를 위한 보도인가. 본질에 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

최근 들어 다양한 유형의 아동학대 사건에 관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아동학대 사건 보도는 생후 16개월 입양아가 양부모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 이후 더욱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동학대와 관련된 언론보도 양상을 보면, 피해 아동의 얼굴과 실명을 버젓이 드러내거나 자극적인 이야기 구성은 물론 미성년자 인권에 대한 낮은 이해도,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쓰거나 사실관계를 부풀리는 등 수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동학대 사건 보도의 문제와 개선방안은 무엇인지 고찰해보고자 한다. 


우선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아동학대 사건은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지만, 그간 언론에 잘 다뤄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몇 년 새 아동학대 사건 보도가 크게 늘었다. 아동학대 사건은 학대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한다. 예전에는 아동학대의 가해자의 입장에서는 신체적 학대를 체벌로 규정지어 행동했으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한들, 잘못된 행동을 바꾸려는 생각과 의지가 없던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여기에 신체적 학대만 아동학대로 여겨졌고, 정신적 학대는 가해로 인식되지 않았던 측면이 크게 존재했다. 하지만 신체적 학대뿐만 아니라 방임과 유기도 학대에 포함된다. 여기에 아동의 경우 의사소통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것이 쉽지 않아 수사기관에서 학대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처럼 아동학대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보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에서 도입한 것이 학대전담경찰관(APO, Anti-Abuse Police Officer)이다. APO는 경찰청 본청을 비롯해 각 경찰서에 배치돼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은 기본적으로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에 함께 출동해 학대 정황을 가려내는 것은 물론 학대 위험·우려에 놓인 아동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아울러 아동학대 예방 및 인식 개선을 위해 유치원과 아동보호시설 등을 대상으로 점검과 예방활동을 전개한다. 경찰 출입기자로 활동하던 시절에 아동학대 사건에 관심을 갖고, APO에 관해 지속적으로 취재했던 적이 있다. 당시 경찰청 소속 APO는 “아동학대 특성상 가해자 대부분이 부모인 만큼 학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 어려운 데다 피해아동이 신고를 하지 않으면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만큼 아동학대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이 어렵다는 얘기다. APO가 아동학대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아동학대 사건 취재는 어떻게 이뤄질까. 아동학대는 성폭력 사건처럼 민감한 사안인 데다,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수사기관인 경찰에서도 공식 브리핑 또는 보도자료 배포 등을 잘 하지 않는다. 따라서 언론에서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경우는 특정 기자가 교육기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학대 목격자를 통해 학대사건 발생 여부 등을 인지한 뒤 경찰 측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크로스체킹을 거쳐 보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단독보도가 이뤄지면, 다른 언론사들이 최초 보도를 따라간다. 단독보도를 한 기자가 이른바 ‘이슈 파이팅’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사들이 앞다퉈 아동학대 사건을 다루면서 다양한 보도 문제 양상이 나타난다. 아동학대 보도 문제와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아동관리보장원에서는 공동으로 ‘아동학대 사건보도 권고 기준’을 제정한 바 있다. 권고기준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아동의 인권은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아동학대 사건 취재 시 언론이 준수해야 할 윤리를 지켜야 한다 △아동학대 사건 보도 시 언론이 지켜야 할 준칙을 지켜야 한다 △아동학대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 △아동학대 예방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등이다.


이처럼 권고기준이 있지만, 현재 보도되는 아동학대 사건 기사를 보면 기준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 나온다. 자살보도 원칙은 잘 지켜지는 편이지만, 아직까지 아동학대 사건보도 권고 기준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아동학대 관련 언론 보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아동학대 언론 보도의 가장 큰 문제로 자극적인 표현을 꼽았다. 아동학대 보도는 다른 어떤 주제보다 밋밋하고, 단순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실상은 '막장 드라마'처럼 자극적인 제목과 흥미 위주의 선정적인 문구 및 묘사가 많이 발견된다. 여기에 피해자 이름을 달아 사건을 지칭함으로써 2차 가해를 유발하고, 심지어 그 이름 자체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한다. 또한, 실제 학대 장면이 담긴 영상을 반복적으로 노출하고, 온갖 추측과 예상으로 사건을 재구성하기도 한다. 아동학대를 방지하고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심층 보도보다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감정과 신경을 자극하는 보도가 더 많은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보도를 접하는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민감성이 부족한 점도 꼬집었다. 학대 대상 아동과 주변인의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으며, 과도한 인터뷰를 시도해 사생활을 침해하기도 한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보도를 접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겪을 수 있는 심리적 충격도 고려되지 않는다. 아동 및 청소년의 특수성을 고려, 신중하고 엄격하게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허위 정보의 무분별한 확산이다. 언론의 보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격하게 확산한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아동학대와 같은 민감한 사건 보도가 과장되고, 허위로 가공돼 뉴미디어에서 이용될 경우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재생산돼 확산된 보도를 편향적이고 선택적으로 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아동학대 언론 보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입법조사처는 개선 방안으로 △‘아동복지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언론의 아동학대 보도에 대한 실태 조사 실시와 권고기준 수립 및 이행 확보 방안 마련 △방송통신심의 및 제재조치 강화 △언론의 자율규제 강화 등을 제언했다. 여기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이며,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마지막으로 제시된 언론의 자율규제 강화라고 생각된다. 깊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언론 스스로 자율 규제를 강화하고, 기자들은 이 규제를 지킴으로써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다.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으며, 대중이 뉴미디어를 통해 언론의 역할을 일부 수행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이 신뢰를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방법은 고유 역할인 ‘의제 설정’과 ‘게이트키핑’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조회 수에 목말라 자극적인 보도를 이어나간다면, 언론의 신뢰도는 추락할 것이 자명하다. 신뢰가 있어야, 언론이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언론의 입장에서 당장의 페이지뷰(PV)에 집착하기보다는, 독자와 대중이 사안 발생 시 해당 언론사의 보도를 믿고 찾아볼 수 있도록 만드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아동학대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은 만큼, 한국기자협회 등의 단체에서 별도의 아동학대 보도 준칙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올바른 아동학대 보도를 위한 토론회 등을 열어 보도 방향성을 정립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더불어 입법조사처는 전문성 보도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현재 의학, 과학, 기상 등의 분야에만 전문기자를 둘 것이 아니라 어린이 및 청소년에 대한 전문기자가 필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전문성 강화는 언론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성이며, 존재 이유와 다름없다. 부디 아동학대 사건 보도가 언론사 홈페이지 PV를 늘리기 위한 수단과 목적이 아닌, 아동학대 문제를 예방하고, 자라나는 아동 및 청소년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풍토가 확산하는 데 기여하는 출발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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