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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Apr 12. 2021

비스포크 하우스 줄 세우기에 관한 단상

나와 맞는 하우스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사람들은 줄 세우는 것을 유독 좋아한다. 이는 Bespoke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여러 공간에서 각자의 관점과 기준을 토대로 자신만의 줄을 세운다. 선순위에 언급되는 하우스가 가장 잘하는 곳일 것이고, 후순위일수록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하우스인 셈이다. 이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통념상 일종의 공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나 또한 <재미로 보는 비스포크 하우스 열전>이라는 주제의 연재물을 쓰면서, 활용한 바 있다. 줄을 세우는 일처럼 흥미롭고, 다양한 의견이 난무하며,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표출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듯하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Bespoke 줄 세우기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나 자신을 위한 걸까. Bespoke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을 위한 걸까. 아니면 Bespoke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한 걸까.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다. 하나만 해당될 수도 있으며, 모두를 위한 것일 수도 있으며,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닐 수 있어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십 기사와도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학벌 서열처럼 정량화된 수치인 입결과 같은 것에 의해 세워지는 것도 아닐뿐더러, 주관적인 성향이 깊게 반영되어 있어서다. 여기에서 말하는 주관성은 큰 함정을 지니고 있다. 실제 해당 하우스에서 옷을 맞춰 입어본 경험자가 바라보는 시각, 해당 하우스에서 경험을 하지는 않았지만 Bespoke를 경험해본 사람의 입장, Bespoke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등에 올라오는 결과물 사진을 보면서 평론하는 것까지 매우 다양하다.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다만, 실제로 경험해본 사람의 경우 일종의 실체성이 존재한다. 그 하우스에서 상담부터 시작하여 채촌, 가봉, 납품까지 일련의 과정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체험을 했다고 해서 느끼는 만족도와 평가는  개인의 기준에 따라  부류로 나뉜다. 만족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어떤 사람은 만족할  있고,  어떤 사람은 불만족스러울  있다. 만족감을 느끼는 정도와 평가하는 기준이 각각 달라서다. 이는 투입 예산에 따른 기대효용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부분이어서 객관화가 매우 려운 부분이다. 여기에 실제로 특정 하우스를 경험하지 않았는데도, Bespoke 경험해 보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사례를 들어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아울러 무경험인 사람이 사진만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사실상 계량화나 정량화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세우는 일은  지속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는 비스포크 줄 세우기는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폴리 옷을 지향하는 하우스와 피렌체 옷을 지향하는 하우스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서로 추구하는 방향과 기조가 다른데, 동일 선상에서 평가를 할 수 있을까. 나폴리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 피렌체 옷을 입었을 때 피렌체 옷을 좋아할 수도 있지만, 나폴리 옷을 계속 입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변수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Bespoke에는 나폴리, 피렌체, 밀라노, 로마 등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한다. 여기에 패턴도, 봉제 방식도, 디테일도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기준으로 계량할 수 없다. 어느 한 개인의 기준에 따라 만족감의 정도에 있어서는 차이가 존재할 수 있을 뿐. 그렇다고 줄 세우기가 쓸모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계량화, 정량화가 이뤄지지는 않았어도 적어도 어느 정도의 인정을 받고 있는 참고 자료 정도로는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거기에 큰 의미를 두지 말라는 이야기일 뿐이다. 아울러 개인의 블로그의 후기도 단순한 참고용으로만 삼는 것이 좋다. 줄 세우기처럼 개인의 리뷰 역시 주관적인 시각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공간의 글도, 단순히 참고용으로만 활용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그렇다면 만족감을 가져다주는 Bespoke 옷은 어떤 옷일까.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를 충족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본인의 취향과 지향점이 확실히 정립되었는지 확인하고, 그 취향과 일치되는 하우스에 찾는 일이다. 하우스를 고르는 일이 무엇보다 어렵다면, Bespoke 하우스 리스트를 만들고, 하나씩 소거하며 나와 합치하는 하우스를 찾아간다. 하우스가 지향하는 지향점과 하우스컷이 어떤지를 자세히 알고 싶다면 해당 하우스 블로그와 대표 및 사르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참조하자. 사진뿐만 아니라 글을 통해 이 사람이 어떤 생각과 취향을 갖고 있는 지를 어느 정도 알 수 있고, 더불어 다양한 결과물도 만나볼 수 있다. 좋은 옷을 짓는 하우스를 찾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수고는 감수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Bespoke를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옷 한 벌에 투입 가능한 자신의 가용 예산 범위를 확실히 짜 보자. 제작 예산으로 100만 원을 투입하면서, 풀 핸드메이드 방식으로 지어지는 300~400만 원 대의 옷을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마지막으로 하우스 내에서 충분한 소통을 통해 희망하는 원단을 고르고, 추구하는 디테일이 무엇인지 전달하고, 그것이 잘 반영되는 지를 가봉 과정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가 미용실에 머리를 하러 가기 전에 하고 싶은 헤어 스타일의 사진을 갖고 가는 것처럼, Bespoke를 할 때에도 원하는 원단이라든가, 디테일과 실루엣을 볼 수 있는 레퍼런스를 준비해두면 효과적이다. 어느 때에는 여러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더욱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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