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은 좋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학교교육을 받으면서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습니다. '주체적'이라는 표현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을 실천하는 데 자유롭고 자주적인 성질이 있는 것'을 뜻합니다. 한 마디로 기준에 얽히지 않고, 개인이 지닌 개성을 드러내는 것과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직장에서, 일상 속에서 추구하는 것을 표현하고, 드러내고, 색을 띠고, 의미를 함축하고, 행동하는 과정을 통해서 실현됩니다.
이는 주어진 정답대로 행하는 것이 아닌, 개인이 심적 현상의 본질적인 성격에 따라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것입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틀에 갇힌 무엇보다 개인의 개성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사회는 어떤가요. 개인이 추구하는 개성을 존중하지만, 정작 우리가 사는 현재는 몰개성(沒個性)이 판을 칩니다. 패션, 디자인, 인테리어 등 여러 카테고리에서 개성을 느낄 수 없게 돼 버렸습니다.
어떤 영역 하나를 가져다 대면, 기본적인 모양과 형태가 자연스레 그려진다는 얘깁니다.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 또는 특정 그림과 조명을 걸어두거나 세워둔 획일화된 모습의 인테리어를 비판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다만, 언젠가부터 다양한 영역 속에서 대표 형상이 생겨버렸다는 거죠. 저도 그렇습니다. 클래식 패션을 추구하면서 나폴리 컷에 심취한 나머지 넓은 라펠과 더블 스티치, 숄더에 셔링이 가득한 옷을 고집했었죠. 그땐 그게 정답인 줄 알았고, 가장 멋있는 것이라고 확신을 가졌거든요.
그런데 지나서 보니 아니더라고요. 어울리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저는 후자였습니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저도 좋아하는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이었어요. 사실 그간 제가 추구해 왔던 개성은 간결하면서도 화려하지 않은 것이었는데, 정작 배치되는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었던 거죠. 이처럼 우리는 늘 개성을 추구하면서도, 정작 발현되는 행위는 몰개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몰개성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어떤 분야든 한번 유행을 타는 것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줍니다. 그 유행을 따라가든, 그렇지 않든 간에 말이죠. 따라가는 경우는 차지하고, 따라 하지 않는 경우엔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라는 심리가 발동되어 행위, 또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명확히 구분하고,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혹시 '메타인지'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메타인지는 우리가 '인지'라는 단어의 개념을 초월한 인지 능력으로,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저도 요즘 이 같은 개념에 대해 부단히 학습하고 있는 단계에 있습니다. 특히 메타인지는 단순히 구분할 줄 아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행동으로 이어져야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습니다. 스스로 모니터링을 하고, 그렇게 나온 결괏값을 토대로 정확한 방향을 설정하는 등 주체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이러한 메타인지는 교육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스스로 구분할 수 있는 만큼, 단순히 공부를 하는 방법을 뛰어넘어 모르는 것을 중심으로 학습해 효율성을 보장할 수 있고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것이죠.
저는 이 같은 메타인지의 개념이 인간이 지닌 고유 개성의 영역에도 충분히 대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행에 따라, 시류에 따라, 여론에 따라 흘러가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정말 무엇을 좋아하고, 그렇지 않은지 명확하게 구분하고 행동하는 것. 그것이 몰개성을 타파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는 주체적으로 사는 행위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저는 삶의 모든 부분에, 이를 적용해 더 주체적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덕지덕지 붙은 몰개성을 타파하고, 저만의 개성을 오롯이 추구하는 사람이 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