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끝 Dec 31. 2021

늘 그렇듯, 살다보니 살아졌습니다

한 해의 끝자락과 마주한 시점에서

또다시 한 해의 끝자락과 마주하였습니다.


하룻낮이 지나고 나면 올해는 지난해가 되고, 내년은 올해가 됩니다. 2021년이 시작될 즈음만 하더라도, 잘 살아보겠다는 다짐을 품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적잖은 걱정을 안고 있었어요.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덩달아 생각도 늘면서 걱정과 고민의 무게도 비례했습니다. 그런데 열두 달을 이렇게 보내고 나니 깨닫는 건, 늘 그렇듯 '살다보면 살아진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연초에 안고 있던 고민과 걱정보다 무수히 많은 그 무엇을 지탱해 왔고, 버텨냈으며, 심지어 이겨내기까지 했습니다. 애당초 가늠했던 것보다 많은 일들을 해온 셈입니다. 저와 여러분,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를 조금 더하게 아껴주어도 모자람이 없다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충분히 그럴 자격을 갖고 있어요. 저는 그런 점에서 한 해 동안 (적어도 지금 시점에선)무탈하게 살아온 제가 퍽이나 대견스럽습니다. 타인으로부터 칭찬이나 칭송 좀 안 들으면 어때요. 일 년간 잘 살아온 스스로를 인정하고, 보살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나는 내가 가장 잘 알잖아요. 잘했으면 잘했다고, 조금 모자랐어도 괜찮다고 아껴주고 토닥이며, 어김없이 새해를 마주해야 할 스스로에게 가장 먼저 힘을 건네봅니다. 올 한 해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들의 존재


우리를 여전히 괴롭고 힘들게 만드는 것들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전염병이 창궐할 때만 하더라도 '내년이나 내후면이면 종식되겠지'라고 관측됐는데, 백신과 치료제까지 개발됐지만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언젠가 끝날 거라는 희망에서 어느 순간 절망으로, 그리고 지금은 적응의 시간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적응은 누군가에는 언젠가 종식될 거라는 부푼 희망이 기저에 깔려 있어 가능한 것이고, 한편에선 그러한 바람 없이 순응하는 자세로서의 삶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문제는 역병이 개인의 삶에 있어 많은 부분에 제동을 거는 것도 모자라 대립과 분열, 그리고 불신을 낳고 있다는 겁니다. 사람이 사람을 믿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지 않고, 물리적인 거리두기뿐만 아니라 마음과 마음 간에도 거리가 생겼습니다. 기업들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맞춘 초개인화 서비스를 내걸며, 사업 영위 활동을 하고 있다고들 하지만, 저에게는 그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가 사라지며 나타나는 초개인화에 우려를 표하게 됩니다. 이 같은 초개인화는 '나와 당신', '당신과 나', '우리'를 옅어지게 만들고, 오롯이 개인의 감정만을 우선하는 시대로 접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언젠가는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일이 사라지고, 그 말 자체도 생소해 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라는 표현을 새해엔 좀 더 많이 써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럼에도 탈피를 꿈꿔야 하는 이유


새해엔 '탈피'를 꿈꿉니다. 그리하여 '탈피하는 하루'를 좀 더 많이 보내고자 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탈피는 광의의 의미에서는 역병으로부터의 벗어남도 포함돼 있습니다. 협의의 관점에서는 스스로를 옥죄어 가두는 태만함과 나태함, 안정만을 추구하는 자세일 겁니다. 시대에 종속되지 않고, 탈피를 꿈꿔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무엇으로부터 종속되지 않은, 기존의 나를 탈피해볼 요량입니다. 그것이 새해 과제라면 과제일 것입니다. 복기부터 하자면, 올해엔 많은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마음먹어 기획하고 발간한 <매거진 C>는 첫 번째 편 이후 다음 편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요즘엔 이 공간에 한 달에 두어 개 정도의 글을 쓰는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년에는 크게 세 가지 주제를 놓지 않고, 쓰고자 합니다. 작가로서의 글, 그리고 관심있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다루는 글, 마지막으로 일상을 옮기는 글입니다. 작가로서의 활동은 지속해서 펼쳐나갈 예정이고, 좋아하는 것과 일상에 대해서도 써나갈 요량입니다. 작가로서는, 글을 읽은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도닥일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아울러 거시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고 흐름을 분석하는 것은 물론, 인사이트를 건넬 수 있는 글을 좀 더 많이 써보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기존의 나로부터의 '탈피'가 우선돼야 할 것 같습니다.


2021년, 한해 치열하게 살아내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해엔 당신을 무겁게 만드는 그 무엇으로부터 탈피하여, 웃는 일이 많았으면 합니다.

오늘은 더없이 안온한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

늘 고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서 겨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