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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Jan 16. 2022

나는,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다

잔흔 속에서 허우적대는 모습이 그렇게 슬퍼 보일 수 없었다

스스로를 자책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 여기며 살던 시절,

가끔은 시간이 멈추어 버리거나 훌쩍 지나버려

모든 아픔과 상처가 한순간에 지워지길 바란다


그러다 그렇게도 금세 사라지길 바라던 것들이

상념으로 꽈악 자리 잡아 어느새 눈물로 점철되고 만다

눈물이 되어 두 뺨 위로 흐르면 자연스레 지워질 거라 여기던 것들은

눈물이 흐르면서 생긴 눈물길로 인하여 또다시 상흔으로 남는다


제아무리 지우려 하여도, 채 가시지 않는 내 속의 잔흔들

여러 흔적에 담긴 고통과 상처에서 허우적대는 나를, 내가 바라본다

그 모습이 그렇게 슬퍼 보일 수 없었다

너는 왜 그리도 한없이 슬픈 표정을 짓고 있니


그토록 무엇으로도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 여겨지던 상처가,

사랑하는 사람의 온기를 통하여 치유되었을 때

너무나 당연하게도 나는,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이윽고, 새로운 시간을 보내게 될 나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오늘도 나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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