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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Dec 26. 2021

그래서 겨울

'그 해 우리는'의 대사가,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언제면 눈이 내릴까 하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예상치 못한 눈이 내리는 것은 물론, 요즈음 생각보다 쌀쌀하지가 않아서 올해 추위는 맹위를 떨치기 어렵겠구나, 하고 지레짐작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제오늘은 기온이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가며 그제야 정말 ‘겨울’ 임을 알리고 있어요. 계절이 계절다워야 그 계절에만 할 수 있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추위를 이겨내는 게 힘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반갑다는 생각도 들어요. 최근에 '그 해 우리는'이라는 드라마를 접하게 되어 푹 빠져버렸어요. 특유의 청량하면서도 맑은 느낌을 두 배우가 이질감 없이 구현한 것도 좋고, 다른 무엇보다 대사가 하나하나 마음에 깊이 박히더라고요. 두 배우는 극 중에서 최우식과 김다미, 김다미와 최우식으로서가 아닌, 최웅과 국연수 아울러 국연수와 최웅으로서의 모습을 오롯이 하고 있어요.


극 중 그런 대사가 있어요. "내일은 네가 기억 안나는 척 해. 꿈 아니잖아 왜 꿈 인척 해? 왜 거짓말해 연수야. 우리 이거 맞아? 우리 지금 이러고 있는 거 맞냐고 다른 사람 아니고 우리잖아.  그저 그런 사랑 한 거 아니고, 그저 그런 이별 한 거 아니잖아. 우리 다시 만났으면 잘 지냈냐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힘들진 않았냐고,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잖아 우리. 어떻게 지냈어? 말해봐, 어떻게 지냈어 너" 이 같은 웅의 말을 들은 연수는 마음 속으서 이렇게 생각을 하죠. '너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내 오만, 나 없이도 잘 살 거라는 편견'이라고요.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최웅과 국연수가 내뱉은 대사를 쓴 작가님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진짜 그런 사랑을 경험한 게 아닐까. 그래서 쓸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나는 그런 누군가에게 울림을 주는 글을 쓸 수 있을까. 경험을 해야 가능한 걸까. 그런 생각까지 들었어요. 겨울 한가운데 있지만 여름의 청량감을 느끼게 해 주고, 왜 사랑을 해야 하는지, 사랑을 통해 두 남녀가 무엇을 느끼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사랑은 인생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을 차지하는지, 그런 두 남녀의 사랑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절감하게 되는지.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어요. 그래서 이 작품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덧붙여 얼마 전 기고를 통해 받은 고료의 일부를 학대 피해 아동을 돕는 모금함에 기부했어요. 아동학대 대한 언론의 보도 행태를 다룬 글인 만큼, 학대 피해 아동을 돕는 데 쓰고 싶었거든요. 자라나는 시기에 큰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 좀 더 따뜻하고 포근한 겨울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해요. 아울러 앞으로도 외부 기고 활동을 통해 받는 고료의 일부는 사회적 약자 및 소외계층 등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쓰고자 해요. 저는 돈보다는 '작가'라는 꿈에 조금씩 근접해가는 걸음과 과정만으로도 충분하거든요. 


그간 즐겨 찾는 온라인 공간에 제 글이 소개되거나, 교보문고에 제가 쓴 글이 수록된 책이 꽂혀 있는 것만 봐도, 적잖은 행복을 느낄 수 있었어요. 지금까지 글 썼고, 앞으로도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그래서 글 쓰는 지금도 행복해요. 그 정도의 행복을 마음먹으면 늘 느낄 수 있는데, 아쉬울 게 뭐가 있을까요. 사람마다 행복을 느끼기 위한 가치와 기준이 다를 순 있어도, 행복을 경험하는 순간의 감정은 다르지 않을 거라고 봐요. 그래서 그 감정을 좀 더 자주 느끼려면, 가치와 기준을 높게 설정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꼭 특별한 걸 해야만 행복을 느끼는 게 아니듯이요. 그런 의미에서, 어제보다 행복을 더 들이는 하루 보내시기를 바라요. 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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