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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Dec 18. 2021

겨울엔 싱싱한 붕어빵이 제철입니다

붕어빵 사장님과 생선 6마리가 건넨 온기

우리 동네에는 붕어빵과 과일을 함께 파시는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계신다. 정확히 말하면 잉어빵이다. '잉어빵' 간판을 내걸고 있어서다. 사실 붕어빵과 잉어빵의 정확한 차이는 잘 모른다. 편의에 따라 명칭만 다른 것인지, 조리과정이 다른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겨울이 오면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 주전부리이고, 먹을 때마다 행복을 느끼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저 맛있는 '생선빵'인 셈이다. 두 사장님께서는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늘 포장마차 문을 열고, 붕어빵과 과일을 사러 오는 동네 주민들을 반갑게 맞아주신다. 얼마 전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따듯한 붕어빵이 생각나서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계신 곳으로 갔다. 나는 "사장님 붕어빵 6마리 부탁드려요"라고 말했다. 사장님께서는 "오늘 잉어가 아주 싱싱해. 싱싱한 놈들로만 골라서 담아줄 테니 맛있게 먹어"라고 말씀하셨다. 들여온 잉어가 그렇게도 싱싱했나 보다. 사장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정도면 말이다. 


그렇게 사장님께서 새하얀 종이봉투에 넣어준 생선 6마리는 갓 구워서 그런지 생물처럼 싱싱했다. 빵은 건들지 않고, 봉투 집었는 데도 붕어에서의 열기와 바스락 거림이 오롯이 느껴졌다. 정말 싱싱한 생선이 분명했다. 사장님과 따듯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붕어빵을 먹기 전부터 마음에 온기가 가득 차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빵 맛은 어찌나 좋던지. 사장님의 말씀이 허언이 아니었다. 겨울이 추운 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좋은 사람과 온기 담긴 대화를 나누며, 추운 날씨를 이겨내는 것. 그래서 이 계절에만 가능한 이야기, 음식, 분위기, 옷, 영화, 책 등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가 겨울을 기다리는 것은 이 같은 '겨울만 할 수 있는 것'들 때문이 아닐까. 봄에 맛있는 과일이 있고, 여름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음료가 있으며, 가을엔 읽기 좋은 책이 존재한다. 그리고 겨울엔 붕어빵이 제철이다. 팔딱거릴 정도로 싱싱하면서도 따듯한 붕어빵과 함께 모두가 더없이 온기 가득한 이 계절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겨울엔 붕어빵이 제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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