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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Apr 12. 2018

'정보공개청구'를 해야 하는 이유

'정보력'이 탁월한 기자가 되고 싶었다

좋은 기자를 평가하는 척도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글빨’이 뛰어나 문장과 수식어만으로 독자를 매료시키는 기자가 있는가 하면 기사를 잘 못써도 말주변이나 (넓거나 혹은 깊은)네트워크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사람도 있다. 또 문장력이 떨어져도 정보력이 탁월하여 단독을 밥 먹듯이 쓰는 기자도 있다. 어떤 기자가 ‘좋은 기자’인지에 대한 기준은 각자 다르겠지만, 나는 기자생활을 하면서 정보력에 무게를 두고자 했다. 다시 말하면, 정보력이 뛰어난 기자가 되고 싶었다. 정보가 있어야, 발제를 쓸 수 있고 단독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다른 기자들로 하여금 물을 먹이게 되는 요소로 작용하는데, 기자들 사이에서는 선망이 대상이 되곤 한다. 정보력이 곧 무기가 되는 셈이다. 


기자를 하다 보면 기사를 쓰는 것보다 발제 거리를 찾지 못해 고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발제를 할 수 있다는 건, 곧 정보가 있다는 뜻이다. 취재거리가 풍부하면, 글을 쓰는 게 편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내겐 정보력이 곧 무기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정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출입처에 있는 내부 구성원이 될 수도 있고, 선·후배, 구글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정보공개청구, 제보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자주 써먹던 게 있다. 바로 정보공개청구다. 정보공개제도(www.open.go.kr)는 ‘정부와 행정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국민의 청구에 따라 공개하는 것으로, 모든 국민이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단, 청구를 할 수 있는 기관은 정부부처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정부 또는 지자체 투자기관, 특별법인, 비영리법인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취재목적에 맞게 정리 및 가공되어 있는 자료를 요구하고자 할 때, 사전정보공개 등 공시되어 있는 자료 이외에 추가적인 자료를 확보하고자 할 때, 개인정보 등이 포함되어 있어 그간 공개되지 않은 자료 가운데 개인정보를 제외한 자료가 필요할 때, 각 기관 및 단체가 발주하여 업체가 수행한 보고서 등을 보고자 할 때 등 다양하다. 출입처인 경우 출입기자가 요구하면 대부분 청구를 하지 않고도 자료를 받아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공개가 민감한 사안일 경우 절차에 거쳐 내부결재가 이뤄져야만 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때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것이다. 정보의 공개범위가 국회의원에 비하면 한정되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간 볼 수 없었던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정보공개제도는 썩 매력적이다. 특히 국회의원인 경우 피감기관에 국정감사 및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국회의원이 받아보는 자료는 대부분 요약본이 아닌 세부적인 자료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경로를 통해 얻는
 자료와는 질과 양에서 차이가 있다. 그래서, 고급 정보가 필요할 때 정보공개청구가 아닌, 의원실을 통해 받아보는 경우도 있다. 1면 단독 머리기사에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의원실에 따르면', '의원실에 ~로부터 받은' 등의 문장이 들어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보공개를 요청하면 열에 아홉은 해당 기관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전화 사유 대부분은 ‘무엇 때문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느냐’이다. 이 같은 전화는 기관 입장에서 그간 드러나지 않거나, 자료를 새로 가공해야 하는 만큼 청구 목적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처음엔 ‘그냥 알고 싶어서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혹시 기자시냐?’라는 물음이 돌아온다. 그때 취재 목적으로 청구를 했다는 것을 밝히곤 했다. 하지만 점점 청구 횟수가 늘어나다 보니 그런 전화를 받는 게 점점 귀찮아졌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몰랐던 걸 알고 싶어서’ 자료 공개를 요구하는 것일 텐데, 항상 유선상으로 청구 목적을 묻는 것이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누구나 이유 없이 몰랐던 걸 알고 싶어서 정보를 요구하는 건데, 목적을 묻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아서다. 그래서,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아예 처음부터 청구할 때 소속과 신분을 밝히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전화를 받는 일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그렇게 정보공개를 요청하면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2주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자료를 가공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국·과장 결재가 이뤄져야 해서다. 이 때문에 발제 시기를 어느 정도 잡아놓고 여유 있게 자료를 요청한다. 미리 자료를 요청해 놓으면, 추후에 발제를 할 때 큰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자료만 나온다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행정과 현장의 간극은 물론, 이해당사자 의견, 전문가 첨언 등 추가 취재를 거쳐 하나의 ‘발제 거리’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되면 하나의 기사가 완성되는데, 그간 보도되지 않았거나 재조명되는 기회로 작용하게 된다. 다만,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선 ‘요청’을 잘 해야 한다. 처음에는 개략적인 내용에 대해서만 청구했는데, 원하는 자료가 거의 들어있지 않았다. 담당자 입장에서는 없던 자료의 경우 새로 만들어야 하는 만큼, 대충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나 같은 경우는 대부분 그랬다. 그래서 이러한 일을 또다시 겪지 않으려면 정보공개를 청구할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자체가 추진했던 사업의 경우 사업 개요는 물론, 관련 민원 발생 건수, 이해당사자 의견, 관련 회의록 등의 요청 내용을 세세하게 기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들어 수많은 공공기관이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각종 정보와 회의록 등을 정기적으로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공개범위를 예전보다 더욱 넓히는 등 국민들의 정보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정보공개 요청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보가 여전히 존재한다. 기자를 넘어, 더욱 많은 사람이, 넓게는 국민이 국가(공공기관)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진=정보공개 포털 화면을 갈무리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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