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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Mar 26. 2023

따사로운 날들

따사로운 날들이다. 무언가를 더 바라지 않아도, 햇살이 가져다주는 온기가 체온을 자연스레 상승시키는 듯한 느낌에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내리쬐는 햇살을 받으며 걷는 것에서 행복을 그득 느낄 수 있는 계절이어서다. 여기에 일상은 더 바빠졌지만 웃는 날이 늘었고, 고민은 줄어들었다. 늘 '딱, 지금과 같이 산다면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하던 그 생각과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을 하면 더 행복해질까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지금의 행복을 어떻게 잘 유지시켜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좀 더 하고자 한다. 치유에 대한 접근도 희미해지지 않으려 한다.


이따금씩 나의 역량 부족과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예전엔 스스로 탓할 때가 많았다. 깊은 후회를 하고, 또다시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애써 복기도 해 봤다. 그럴 때마다 절감하는 건 나약함이었고, 남는 건 떨어진 자존감과 괜찮은 척해 보이려는 껍데기뿐이었다. 그럴 때마다 늘 무언가를 썼던 것 같다. 휴대전화 메모장에, 혹은 가방 속 메모지와 플래너에. 그리고 이 공간까지. 마음속 담고 있던 마음을 텍스트로 옮기는 과정을 통해 커다란 위로를 받을 수 있단 걸 깨달은 것도, 축적된 글을 되뇌는 과정을 통해서였다.


그래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떠올리고, 적어두고, 기록하고, 마지막엔 옮겨 쓴다. 쓰는 것이 곧 스스로를 지탱하는 원동력이란 걸 이제는 잘 알고 있다. 드러나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쓰는 행위는 항상 지속할 것이다. 산들바람 맞으며 책 읽기 좋은 날이다. 좋아하는 책을 들고 집을 나서, 또 다른 형태의 위로와 위안을 받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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