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속엔 수많은 계절이 있다. 올 겨울이 그렇다. 어떤 날엔 수은주가 영하 15도까지 떨어졌다가도, 또 어떤 날은 과연 겨울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포근한 날씨를 보이기도 한다. '겨울'이란 단어를 꺼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도 제각기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하얀 눈으로 가득한 겨울을 형상화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어두컴컴함이 빚어내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생각할 것이다. 계절이 지닌 대표성이 있겠지만,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계절 속 계절이 존재한다. 겨울이라고 해서 반드시 모든 날씨가 겨울일 필요가 없는 것처럼.
전시도 마찬가지다. 연말연시를 맞아 미술관이나 전시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으레 늘었다. '이경준 사진전: 원스텝 어웨이'에서 뉴욕의 사계절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여름과 겨울이 꽤 마음에 들었다. 특히, 뉴욕의 겨울은 <이터널 선샤인>이 불현듯 떠오를 정도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전시회장을 나와서도, 겨울의 잔상이 머릿속에 켜켜이 남아 있었다. 그런가 하면 '류준열 개인전'에선 미서부 특유의 화사하고 쨍한 색감이 두드러졌다. 계절로 따지면 아마도 봄과 여름, 그 사이 어디 즈음이지 않을까. 며칠 사이에 두 번의 전시에서 모든 계절을 다 만난 셈이다.
이렇듯 일상 속에서 생각하지 않아도,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계절 속 계절'을 마주하게 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게 우리네 인생인 것처럼 계절 또한 변주의 연속이다. 중요한 건, 그 계절을 살아가는 우리다. 본질에 집중해야 한단 얘기다. 올해는 그 어떤 존재에 관해서도 ' 그 무엇'이라고 정의될 수 있는 성질을, 명징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 계절과 날씨 얘기가 나온 김에 비 내리는 오늘 날씨를 선율로 비유하자면 영화 <멋진 하루> OST 가운데 '5:48 PM'이 조금 비슷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