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러너에게 가혹한 계절이다. 숨이 턱 막히는 뜨거운 공기, 땅 위로 피어오르는 열기, 그 사이를 가르며 달리는 일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고요한 싸움처럼 느껴진다. 나는 그 뜨거운 여름을 견디며 계속 달리고 있다. 늘 달리는 걸 게을리하지 않으려 애썼고, 예전처럼 페이스를 유지하고 싶었다. 하지만 계절은 나보다 한 발 앞서 있었고, 몸은 그 무게를 결국 이기지 못했다. 신스프린트를 시작으로 거위발건염, 장경인대 증후군까지. 살아오며 한 번도 겪지 않았던 통증들이 불쑥 찾아왔다. 그제야 알았다. 여름이라는 계절은, 나를 밀어붙이는 만큼 많은 것을 비워내야 한다는 걸.
요즘은 주 2~3회 마취통증의학과와 한의원을 번갈아가며 찾아 치료를 받고 있다. 이맘때쯤 러너들은 가을 레이스를 위해 몸을 만들지만, 나는 떨어진 페이스와 줄어든 마일리지 앞에 한 걸음 물러서 있다. 조급한 마음이 밀려올 때마다, 여름 하늘을 올려다본다. 계절은 쉼 없이 흐르지만, 그 속에서 멈춰 선 순간들이 오히려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걸 잊지 않기 위해서다. 다행인 건 꾸준한 치료와 보강 운동, 그리고 욕심을 내려놓은 훈련 덕분에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천천히, 다시 나를 걷어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부상도, 아픔도, 모두 달리는 사람만이 얻는 훈장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최근엔 APEC 출장을 계기로 경주에 다녀왔다. 느리게 흐르는 도시의 시간 속에서, 문득 트레일 러닝이 떠올랐다. 그래서 트레일 러닝화를 들였다. 낯선 길 위를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새로운 길은 언제나 설레고, 조금은 두렵고, 그래서 더 기대된다. 지금 겪고 있는 부상처럼, 어떤 것이든 직접 부딪히지 않으면 결코 경험할 수 없다. 여름의 무더위처럼 피하고 싶은 순간도 있지만, 그 속을 지나야만 만날 수 있는 계절이 있다. 지금, 그 계절을 향해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