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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끝 May 02. 2018

계절이 주는 설렘

지금이 어느 계절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요즘 집 밖을 나가, 거릴 걸으면 먼저 느끼는 게 있다. 계절이 주는 습기가 여며진 옷 사이로 스며든다는 것이다. 계절과 계절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졌다고 하지만 이 기분이 조금은 이른 느낌이다. 지금이 봄인지, 또는 여름인지 구분 짓기 쉽지 않다. 물론, 그걸 구분하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 계절이 주는 공기와 따뜻함, 설렘이 있다. 그래서 걷는 것이 마냥 즐겁다. 지금이 어느 계절인지 단정 짓는 게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그저 주어진 계절을 느낄 뿐이다. 그거면 된다.


다만, 확실한 계절이 되어야만 생각나는 것들을 종이에 하나씩 적어본다. 봄은 이미 맞이했으니, 이를테면 ‘여름이 되면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하면 될까. 매일 땀 흘리며 걷거나 뛰던 남산공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마주했던 후암동, 시원한 그늘을 양산 삼아 경사진 길을 걸었던 부암동에서의 기억, 계절 곡 토이의 <여름날>, 그 계절만 되면 챙겨봤던 <커피프린스 1호점>과 <트리플>까지. 대부분 ‘서울’과 맞닿아 있다. 내가 지금 이곳에 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한. 


그걸 다시 하나씩 되새겨본다. 예전의 계절이 주던 기억과 새로운 계절에 경험할 어떠한 일들이 교차되는 지점이 생긴다. 더 특별해지는 셈이다. 사실, 굳이 특별하지 않은 것들도, 특별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게 나는 계절을 난다. 이 모든 것엔 계절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담겼다. 그래서, 이 계절을 산다는 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나는.


사진=최근 무작정 걷고자 집 밖을 나섰다가, 방문했던 연희동 '매뉴팩트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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