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끝 Apr 25. 2018

<멋진 하루>가 가져다 준 것

영화를 보며, 지나간 시간과 현재의 이야기를 꺼내 든다

영화 <멋진 하루>를 좋아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내가 반복적으로 이 영화를 보는 건 딱 두 가지의 상황에 놓여서다. 하나는 무작정 ‘서울’이 그리울 때, 다른 하나는 종일, 어둑한 하루를 사는 게(버티는 게) 버거워질 때다. 그래서 이 영화는 내게 ‘이상향’과 ‘희망’을 말한다. 오죽하면, 서울에 살고 싶었던 것이, 또 서울로 이사를 온 게 <멋진 하루> 때문이라고 말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일 테니. 힘들 땐 위안을 주는 게 <멋진 하루>라고 말을 했을 정도다. 


사실, 이쯤 되면 ‘따스함’이라고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또 활자로 대문짝만 하게 쓰지 않아도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게 가능해진다. 대놓고 표현하지 않아도, 행간을 읽고 맥락을 알 수 있는 게 사람이어서다. 단순히 어느 배우를 좋아해서 봤던 영화가, 나중엔 배우의 취향을 넘어 영화 속 연기와 영화에 나오는 배경과 음악, 대사로 옮겨갔다. 힘들 걸 알면서도 영화 속 ‘병운’의 능청스러움을, 무척이나 닮고 싶어 했다. 그렇게 살아보면 어떨까, 라는 가정을 참 많이도 했었다. 


그래서, 겨울, 오후의 찬 공기 속에서 그려진 한남동과 연희동, 신설동은 실재와 실제 사이에서, 어디에 조금 더 가까운 지를 고민하게 했다. 이러한 ‘서울’ 속에서 10년,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병운과 ‘하루’라는 시간 속에서도 미묘한 감정 변화를 느끼는 희수 간 거리가, 점점 좁혀지는 걸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병운과 희수의 감정 흐름의 변화를, 선율로 풀어낸 영화음악도 참 사랑스럽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퍽이나 매력적으로 그린 ‘멋진 하루’를 통해 그 날, 서울의 겨울 오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지나간 시간과 현재의 이야기를 꺼내 든다. 어둑어둑한 하루의 오후가, 따스한 햇볕이 드는 오후로 바뀌는 순간이다. 


사진=영화 <멋진 하루>의 스틸컷.

매거진의 이전글 항공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