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를 축배해
책을 좋아하지만 책만 좋아했던 나였다.
읽기는 좋아했지만 기록은 못하던 나였다.
어디 모임이란 곳에 들어가서 함께 책 읽을 용기도 못내던 나였다.
안다. 나도 나를 너무 잘 안다.
누가 시키면 하려다가 안 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도전'이라는 단어 뒤에서
꾸역꾸역 해내려고 용쓰는 것을.
딱 한번 독서모임에 들어갔다. 책을 읽고 카페에 올리는 형식이었는데.
그때 선택한 책은 그때의 내가 읽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책이었다는 걸 3일 만에 깨달아 버렸다.
역시! 나는 자포자기의 달인이었고 인내력 부족한 평범한 40대였다.
그런 내가 이제는 독서를 하며 성장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아이러니하게도 자포자기의 달인이자 인내력 부족한 아줌마는 2년 동안 독서모임을 끌고 가는
평범하지만 비범한 사람으로 성장하였고 내 뜻을 알아주는 이들과 시끌벅적 축배를 들고 있다.
축배라.. 내 인생에서 축배를 들 날이 있지도 않았지만 있을 거라 생각도 하지 않고 살았었는데..
신세한탄받아줄 소주를 먹거나 기쁜 날을 함께 할 맥주로도 회포를 풀거나 가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술이란 놈이 생각나면 보이는 사람 데려다 앉혀 놓고 소맥을 말아 흔들어 먹던 지극히 소소한 사람이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을 준비한 자리에서 고급진 사람들과 잔을 맞대고 있다니! 이건 꿈이 아닌 실화였다!
(여기쯤 글을 읽으신 분들은 궁금증이 생길 거라 생각한다.
도대체 2년 동안 뭘 한 건지!!!!! 지금은 '안 알려줌'이다. 잠시 '기다려 주세요!'란 말씀!
2년의 스토리는 따로 글을 써 보기로 하고....)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자기 일만 생각하는 사람, 남 일도 내 일로 생각하는 사람, 무엇이든 더 주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 끊임없이 성장하려 배우는 사람, 혼자서는 안될 것을 알아서 누군가와 함께 할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등... 나는 나를 너무 잘 알았다. 그래서 혼자는 안 된다는 것도 너무 잘 알았다. 자극제가 필요했고 '동반성장'의 보람을 느끼고 싶었다. 누군가를 돕고 성장시키는 일은 수많은 고뇌와 마주함을 당시는 알지 못한 채..
나 자신을 이끌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이끌지 못한다고 했던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서 타인을 사랑할 수 없고, 나의 감정도 모르면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고
1층의 높이가 아닌 꼭대기층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어린아이처럼 투정도, 갈대처럼 흔들려서도 안되며 뚝심과 중심으로 우뚝 서 있어야 하는 묵직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수없이 외쳤었다.
나는 혼자가 아닌 '같이의 가치'를 갖고 싶었기에 더욱 간절히 외쳐댔다.
그 과정에서 내 안의 수많은 목소리들이 말을 걸어온다.
'이만하면 됐어!'
'알려주지 않아도 돼.'
'오늘은 쉬어'
'돈 벌어야지... 이걸로 되니?'
'뭣하러 시간 낭비해? 잠도 못 자면서!'
나는 대답한다. "나도 알아 안다고! 그러니까 이제 그만 샛길로 빠지는 생각 하지 마!"
주변의 사람들도 한몫 거들었다.
"그거 하면 돈 벌 수 있어?"
"남 좋은 일만 시키지 마"
"너 일만 생각해"
"오지랖은...."
나는 대답한다. '용기는 주지 못할 망정! 차단!!!'
멈춤이 싫었다. 왔던 길도 아깝고 시간도 아까웠다. 나는 내가 가는 길에 돌이 나오면 디딤돌인지 걸림돌인지 알고 싶었고 걸림돌을 어떻게 치우거나 다듬을지 나를 더 알고 싶었다. 그래서 외쳐댔다.
덕불고 필유린! 신념!
희생이 아니라 덕을 베푼다고 생각해!
그러면 너를 알아줄 이웃이 생기고 뜻을 같이 할 사람들이 생길 거야!
가고자 하는 길에 누가 뭐라고 해도 멈추지 말고 자신을 믿어!
알지 않는가?
인생은 비탈길이 아닌 계단식이라고.
한 계단 올라가다 평지가 나와서 걸어가면 다시 힘써야 하는 다음 계단이 나오는 것.
혼자서 가던 길에 이젠 뒤에서 밀어주는 이들이 생기고 함께 걸어주는 이들도 생겼다.
때론 한 계단 먼저 올라서서 손을 잡아주기도 한다.
때론 평지에서 나오는 돌도 치워주기도 한다.
나의 외침은 꽃씨가 되어서 어느 누군가의 마음에 안착하여 또 다른 나를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귀한 사람들과 이제 함께 한다. 아직도 나는 과정을 겪고 있단 것을 안다.
하지만 그 과정을 이제 혼자 겪어 가는 게 아닌 함께란 것이 달라짐이다.
축배를 만끽하자!
2년의 시간 자신과 타협하지 않은 나를 축하하며!
그렇게 이어진 우리의 공동체를 축하하며!
혼자가 아닌 함께임을 축하하며!
무엇보다 앞으로가 기대될 '우리의 성장'을 축하하며!
술이든, 물이든 뭐든 좋다.
우리 축배를 들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