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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Feb 15. 2023

브런치 작가 입문기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축하 알림 글을 받은 후 가장 최근에 써둔 글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맨 처음 우리 가족 톡방으로 공유했지요. 미리 말하지 않은 우리 가족들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남편 ㅡ 리얼하게 잘 썼네.

아들 ㅡ 작가 ㅋㅋ

              왜 갑자기 글 쓰는 겨

딸 ㅡ 갑자기 왜 작가님이 된 거야

그리고 나에 첫 번째 구독자가 되어주었습니다.


작년 11월 요양원에 계시친정어머니께서 폐렴으로 중환자 실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인해 중단했던 통기타를 다시 시작한 지  몇 달도 되지 않았지만 그날로 거실에 있던 기타와 악보들을 모두 치워버렸습니다. 어머니께서 아프신데 기타 치며 노래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퇴직한 지 10년이 되어가는 남편이 점심을 먹고 탁구를 치러 가고 나면 오롯이 나만의 시간입니다. 그 시간에 기타를 치곤 했었는데 이제는 핸드폰을 보다가 우연히 알게  브런치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지요.  


예전부터 남편이 가끔 지나가는 말처럼 "글을 써보지" 하기도 했었지만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것에 감히 용기를 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 체육대회와 소풍을 갈 때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시며 명예교사를 부탁하셨습니다. 그때 나와 같은 이유로 학교에 친구를 처음 만났지요. 우리는 동갑이라는 이유로 급격히 가까워졌고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굴곡진 인생길을 걸어친구에 안타까운 사연들도 알게 되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항상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내가 쓴 글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내게만 털어놓은 그녀에 이야기들을 이곳에 다 옮길 순 없지만  밤늦도록 골목길에 쭈그리고 앉아 함께 눈물을 흘린 시간만큼 가까워진 친구입니다. 친구는 Y대 평생교육원을 수료한 후 논술교사로 활동하면서 열심히 시를 쓰더니 시인으로 멋지게 등단하게 되었습니다.  친구가 같이 수강하자고 했지만 아쉽게도 여러 가지 이유로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나에 절친 중에 한 명이지만 내가 이사를 하게 된 후로 우린 일 년에 몇 번 정도 연락하는 사이입니. 그럼에도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을 축하한다는 알림글을 받았을 때 그 친구가 먼저 생각났습니다.  친구가 알게 되면 가장 기뻐하고 축하해 주겠지만 아직은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좀 더 시간이 흐르고 많은 글을 쓰고 작가로서 자신감이 충만해졌다고 느껴질  때 그때는 생각해 볼지도 모르겠습니다.(뭔 자존심인가 싶기도 하지만요 )


예나 지금이나 글을 쓸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된 것은  친정어머니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들을 온전히 기억하고 순간순간 느꼈던 그 감정들을 글로 남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께서 중환자실에 입원하시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그 글쓰기는 해가 바뀌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작가신청을 해 놓고 혹여 되지 않더라도 내가 써 온 글들을 두고두고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고 브런치에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이제  작가로 승인이 되어 어머니께서 먼 길떠나시고 마음정리가 되는 날 차례로 그 글들을 올리려고 합니다. 어머니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던 날들을 추억하면서요.


"감사합니다"


글을 쓰면서 어머니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준 브런치.


2023년 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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