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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Jul 06. 2023

잠 못 드는 밤

내 친구가 되어준 개구리소리

거실에 걸린 시계가 새벽 2시 15분을 가리키고 있다. 어둠이 내려앉은 아파트단지는 결코 적막하지 않다. 단 한 사람의 발그림자도 없이 풀과 나무들까지도 고요히 잠들었건만, 불규칙한 텀을 두며 들리는 개구리소리가 나에 벗이 된다. 여름밤에 낭만을 즐긴다기엔 청승스럽기 그지없지만, 잠 안 오는 이의 심정을 개구리 너는 아니?


어쩌다 이 도심 아파트단지로 들어와 이웃들에게 자장가를 읊어대며 온밤을 새우는지, 이 새벽에 눈뜬 나나 너나 량 맞기는 매한가지다. 오늘만큼은 이 한밤에 고요를 즐기지 못하 너와, 잠 못 드는 내가 온전히 함께 하며, 새벽달이 기울 때까지 같이 가보자꾸나. 앞일을 어찌 알겠니. 너에 짝이 애절한 그 노랫소리에 밤새 짧은 다리로 폴짝폴짝 뛰어와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될지.


그래도 서운타 하지 않을게. 이중창으로 끊김 없이 들려줄 노랫소리라면 완전 OK. 네가 목소리 가다듬으려 잠시 쉴 때마다 궁금해지곤 해, 어디로 가버린 건 아닌지. 너에 간절한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오지 않거든, 서둘러 짝을 찾아 떠나도 기꺼이 보내줄게. 날이 밝으면 꼬맹이들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에서 헤어날 수 없을 거니까. 작은 폭포아래 있는지, 분수대 연못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아침이 밝기 전에 외로운 노래는 그만 멈추고 떠나렴. 여기는 네가 혼자 살기엔 너무 외로운 곳이야. 늦기 전에 너에 사랑을 찾아 떠나렴. 사랑은 용기 있는 자만이 쟁취하는 거래.


이곳은 나에 밝힘만으로 충분해! 너 없는 고요함으로도 행복하단다. 슬픈 사람만이 새벽을 지키며 잠 못 드는 건 아니거든. 그냥 잠이 안 올뿐이지. 어쨌든 나는 그만 내 짝 품으로 돌아가 잠을 청해보련다. 샘나든 말든 내일 아니 오늘 할 일이 무지 많거든. 인간은 나이가 들면 약속을 잘 잊어버려. 새벽달이 어디쯤까지 기울었는지 알 수 없지만, 행여 내일도 너에 소리를 듣게 된다면, 부디 끊김 없는 아름다운 이중창으로 별도 달도 재우며, 진한 사랑을 노래하는 그런 밤이기를 기대해 본다.


새벽에 너에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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