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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Jul 15. 2023

  장마에 잘 지내시고 있나요?

농부의 지혜

지루한 장마가 본격적으로 빗줄기를 뿌려대고, 온 집안을 찐득한 습기로 뒤덮는다. 밤새 세찬 바람까지 동반하며 멈출 줄 모르고 쏟아졌다. 멈추지 않고 투닥거리는 빗소리에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깨기를 반복했다. 가뭄에 단비는 농부들에게 기쁨이 되고 희망이 되지만, 야속한 장마는 시름을 낳으며 한숨이 드리워진다.


매년 찾아오는 장마에 꽤 많은 논농사를 짓고 있는 남동생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밤새 깊은 잠 못 자고 터져버린 논둑에, 정성껏 심어놓은 모들이 휩쓸려 떠내려 갈까 얼마나 맘 졸였을까. 일 년 농사로 밥을 먹고 살아가니 생명줄이고 목숨줄인데, 그칠 줄 모르는 비가 야속하기만 하다. 거르지 않고 겪는 일이지만 그때마다 행여 어느 해처럼 몽땅 떠내려가고, 밀려온 흙더미에 범벅이 된 논바닥을 마주할까 안쓰러움이 밀려온다.


이른 아침 깨어 보니 잔뜩 흐린 날씨에 비는 소강상태인 것 같지만, 진한 먹구름이 또다시 퍼부울 기세다. 아니나 다를까 기 비를 뿌려대고 급한 마음에 이른 감이 있지만 전화를 했다. 남동생은 받자마자 왜들 돌아가며 전화하느냐며 밝은 목소리다. 형제들 걱정에 힘이 나기도 했겠지만, 다행히 아직은 큰 피해 없이 무사하단다. 마침 7월에는 모가 바닥 속에 물을 끌어올리려 뿌리를 깊숙이 내리도록, 논에 있는 물들을 모두 빼놓은 상태란다. 그래야 곁뿌리도 생기지 않고 튼튼하게 이런 장마도  견뎌낸다는 것이다.


그런 농부들의 지혜를 알길 없는 무늬만 농사꾼인 나는 밤새 괜한 걱정 하며 잠을 설쳤다. 작지만 조금은 먼 곳에 약간의 농지가 있다. 처음 몇 해는 남동생의 도움으로 추수까지 했지만, 힘은 힘대로 들고 수확량도 신통치 않았다. 제때에 약을 치고, 물을 대고 빼주고 논두렁 풀도 깎아줘야 하는데 우리 논만 풀들이 무성했다. 결국 보다 못한 동네어르신께서 관리를 해주신다 해서 냉큼 부탁을 드렸다. 역시 농사는 아무나 짓는 게 아닌가 보다.


연신 날아드는 안전안내문자에는 집중호우가 예상되므로 반지하, 저지대, 산사태 취약, 해안가 주변 주민은 주의하라 한다. TV에서도 앞으로 계속되는 비예보로 불어나는 물의 수위를 언급하고. 지역마다 집중호우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니 안타깝기만 하다. 부디 올여름 장마도 큰 피해 없이 근심 걱정만 씻어버리고 모두가 활짝 웃는 꽃과 같기를...


갑자기 다른 사람들은 장마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장마에 잘 지내시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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