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야 Aug 04. 2023

여자 여자 여자

원피스를 좋아한다

원피스를 좋아한다. 아직도 옷장 속에는 꺼내놓지도 않은 원피스들이 꽤 있다. 물론 꺼내놓고 입는 원피스들도 5~6개는 되려나. 외출할 때마다 다른 원피스로 바꿔 입고 나간다. 그런 나를 편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또 바꿔 입었어!, 그냥 편하게 바지 입고 나가지' 그 목소리는 혼잣말처럼 삼키듯 뱉어버리지만 들렸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예전에는 원피스를 입고 싶어도 울퉁불퉁 불편한 배둘레햄민망스러워 입지 못했다. 하지만 아파서 살이 빠져 버린 요즘, 보상심리라 발동했는지, 몇 년 새 많은 원피스들을 사들이며, 위로 아닌 위로를 삼으려 바둥거리는 중이다.


원피스를 좋아하는 이유를 굳이 늘어놓는다면  첫 번째는 경제적이고 편리하다. 위아래 따로 살 필요 없이 하나로 해결되기 때문이다. 따로 사게 되면 어느 정도 코디도 신경 써야 하는데 그쪽으로는 그다지 눈썰미가 좋은 편도 아니라서 원피스는 내게 안성맞춤이다. 생일 때 아이들이 사준 값나가는 원피스 말고는 그다지 비싼 원피스를 사는 것도 아니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면 반값행진을 하는 매장들이 꽤 있다. 예전에는 사이즈가 없어 혜택은 물 건너갔지만, 살이 빠져버린 요즘은 남아있는 작은 사이즈에 원피스들을 저렴하게  마음껏 골라 살 수 있다.


두 번째, 원피스를 입으면 여자여자하다. 여자들만이 입을 수 있는, 여자라서 입을 수 있다는 게 그냥 기분이 좋다. 특히 하늘하늘 시폰원피스를 입고, 허리끈이나 벨트로 잘록하게 허리를 동여매고 나면 그 실루엣이 나쁘지 않다. 젊은 처자도 아니고 이순이 훌쩍 넘은 할매가 그런다고 못마땅해할지라도 당분간은 버틸 예정이다. 사들인 예쁜 원피스들이 아까워서라도. 아직 하이힐을 포기하지 못한 것도 이 원피스 때문이니 더더욱 계속 입어줘야 한다.


세 번째. 원피스를 입기 위해서는 토털케어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운동화를 신는 것도 좋지만 약간은 굽이 있는 예쁜 샌들을 신거나, 적당한 하이힐을 신어줄 때 전체적으로 예뻐 보이지 않을까. 결국 다리도 건강해야 하므로 자주 걷게 되고, 여름이면 예쁘게 발젤네일도 하고 신경을 쓰게 된다. 그뿐이랴 쭈글쭈글한 얼굴로 입고 다니기엔 거시기하기에 보톡스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주 필링제를 쓰고, 자외선차단제를 꼼꼼히 바르며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머리도 마찬가지다. 미용실 원장님에 립서비스겠지만 아직은 긴 머리가 어울린다는 그 말에 홀라당 넘어간 척 자르지 못하고 있다. 더운 여름에 예쁜 시폰끈으로 살짝 동여매 주면 관리도 편하고 시원하고 여자여자하다. 저기 동여맨 머리에 원피스 입고 가는 여자가 있다면 그게 나일지도...


얼굴은 그 사람이 살아온 세월에 흔적이다. 조금은 귀찮더라도 자주 들여다보고, 가꾸려 노력할 때 건강해지고 예뻐 보인다. 타인의 기준에 별로 예쁜 얼굴이 아닐지라도 누가 뭐래도 내게 주어진 얼굴이니 사랑해줘야 한다. 몸매 또한 마찬가지다. 어떤 옷을 입든 건강함을 유지하고, 입고 싶은 옷을 마음껏 입고 싶다면 연예인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적당한 몸관리를 해야 한다. 연예인들만 예쁜 옷을 입어야 하나. 나도 입어줘야지. 그게 어렵다면 요즘 루주핏 원피스들도 세련되고, 멋스러워 보이 여자 여자 여자인 분들이여 이 여름 시원하게 입어보자.


여름휴가의 계절이다. 휴양지에서 드레시하게 입어줄 원피스 한 장 챙겨보면 어떨까. 이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고 생각이니 혹시 싫어하시는 분들께서는 오해 없으셨으면 좋겠다. 오늘은 우리 딸 공무원 임용식 날이다. 어느 원피스를 입고 가서 축하를 해줄까. 벌써 골라볼 생각에 신이 난다. 조금은 정장스러운 원피스에 살짝은 굽이 있는 하이힐을 신고, 밀수에서 나오는 김혜수처럼은 아니더라도 살랑살랑 기분 좋게 걸어가 볼까나.



아차! 그렇다고 절대 그림 같은 몸매에 예쁜 얼굴은 아니고, 그냥 내 기준에 적당한 모습이다.

휴~~ 이 글을 까먹을 뻔...

매거진의 이전글 장마에 잘 지내시고 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