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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Aug 16. 2023

방심은 금물

코로나! 끝나지 않았습니다.

좌회전 차량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작은 장애물에 급히 돌아기기 바쁘다. 어느차는 우측으로 어느차는 좌측으로 황급히 핸들을 돌리느라 난리도 아니다. 어디에서 떨어져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넘어가기에는 위험해 보인다. 잠시라도 방심하며 그냥 밟고 넘어가다 가는 어떤 위험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미 나는 코로나에 걸려버렸지만 초록불이 되자마자 치워주려고 들었더니 꽤 무겁다. 약봉지를 든 손까지 동원하여 낑낑대며 안전하게 옮겨 놓았다.


음~ 기분이 좋다. 그냥 지나쳐도 뭐라 할 사람은 없겠지만 차를 운행하는 운전자로서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했다. 비록 한순간에 방심으로 뒤늦게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세금을 축내게 되었지만, 이렇게라도 좋은 일(당연한 일이겠지만)하고 싶었다. 언니의 초대로 휴가를 다녀왔다. 형부께서 감기기운이 있으시다며 힘들어하셨다.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했더니 음성이라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저녁에는 바닷가에 왔으니 조개구이지 하며, 내편과 형부는 회와 조개구이, 회를 즐겨하지 않는 언니와 나는 무한리필 조개구이를 신나게 먹었다. 그것이  사달에 시초가 되었다. 내편과 사이좋게 저녁을 드신 형부는 다음날 코로나 양성판정이 나왔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원한 식혜를 쪽쪽거리며 사이좋게 너 한입. 나한입 먹은 나는 편에 이어 약간에 시차를 두고 증상이 발현되고 둘 다 양성이 나왔다.


그렇게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지인과 친구들과만남도 꺼려하고, 재미가 붙기 시작했던 드럼도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자 과감히 그만두면서까지 몸을 사렸다. 마스크규제가 사라졌어도 더운 여름날에 태양이 펄펄 끓어도 마스크 쓰기를 고수했건만 순간에 방심이 그간의 조심을 깡그리 무너뜨렸다. 그냥 감기려니, 더구나 요즘 조석에 일교차로 호흡기질환자들이 늘고 있어 그러려니 했더니, 결국 팬데믹이라는 기분 안 좋은 열차에 탑승해 버렸다.


나만이라도 안 걸려서 애국해 보나 했더니 기어이 걸려서 비싸다는 경구용 코로나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았다. 내편은 갖가지 약을 먹고 있기에 '라게브리오'를 처방받았다. 국민에 의무인양 꼬박꼬박 코로나 예방접종을 했고, 연내에 또 있을 예정이라기에 부지런히 신청해서 맞으려 했더니 이렇게 걸려버리다니 그동안에 수고가 날아간 것 같아 허무하다.




8월의 태양 대로를 뜨겁게 달구고, 매미들은 더워도 너무 덥다고 그러는 것인지 찢어지는 울음소리로 내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행여 누구에겐가 피해가 될까 염려스러워 튼튼한 94 마스크에 냉방이 끝내주는 대한민국에 질 좋은 버스도 사양하고, 헉헉거리며 두 정거장을 걸어왔다. 오다가 신호등 앞에서 저 장애물을 발견하게 되었고, 치워주고 오면서 좋은 일 했으니 하느님이 어여삐 여기시어 아프지 않고, 후딱 지나가게 해주시지 않을까 하는 가당치도 않은 생각가져 보았다.


그래도 다행히 아직은 목만 불편하고 별다른 증상은 없지만 기저질환자인 내편이 걱정이다. 언니는 전화기너머로 수없이 미안하다 하지만 어쩌랴 다 아는 팬데믹인 것을, 누구에 잘잘못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단지 발령받아 출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딸네가 비상이 걸렸다. 사위가 급하게 반차를 내고 왔고, 당분간 돌봐주던 손자들은 내손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점심도, 저녁도 맛있게 먹었다.

아~ 이거 별거 아니네!

하지만 잘 지나갈 것 같았던 그 기대를 완전히 버렸다. 밤이 깊어지면서 목이 더 아파오고, 코가 막히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너덜너덜 해지고, 열까지 오르며 온밤을 지새워야 했다. 호~되게 아팠다. 왜 그리 목에서는 쓴맛이 올라오는지 계속 물을 먹으며 비워내야 했다. 내편도 온몸이 뜨거워지며 38.6도를 오르내리고, 머리까지 아프다며 *이레놀을 1정 더 먹고서야 잠이 들었다.


별일 없을 거야, 감기 같은 거야, 좋은 일도 했으니 그냥 지나갈 거라던 내 바람 보기 좋게 빗나갔고, 아프다는 그 과정을 빠짐없이 겪어내야 했다. 그래 모두에게 공평해야 한다. 누구는 덜 아프고 누구는 죽을 만큼 아프다면 서러울 거야. 후 달리는 몸을 뒤척이며 받아들여야 했다. 이도 지나갈 거야. 약도 잘 먹으며 시간이 지나고 아플 만큼 아파야 한다고 이미 먼저 아픔을 겼었던 들이 말했었다.




다행히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쏟아지던 8월의 뜨겁던 하루이틀 사이로 잠시 숨을 고르듯 시원한 바람을 흩뿌려준다. 에어컨을 켜지 않고도 견딜 수 있는 날씨에 감사하며, 창문을 활짝 열고 자주 환기를 시켜주었다. 나만 특별하게 봐달라 했던 그 마음이 부끄러워진다. 아침은 쓰디쓴 입맛에 단 한수저도 뜨고 싶지 않았지만 약을 먹기 위해 누룽지를 끓여 꾸역꾸역 먹어야 했다. 아직도 가시지 않는 몸살기로 도대체가 구미가 당기는 음식이 일도 없다.


그래도 드셔야 한다며 쇠고기야채죽과 내편이 주문한 냉면이 도착했다. 멀리 양양에 있는 아들이 주문해 줬다. 참 좋은 세상이다. 죽에다가 인절미와 식혜가 세트로 왔다. 뒤이어 냉면과 만두. 불맛이 나는 고기도 함께 왔다. 마침 알맞게 익은 열무김치와 여름오이로 담근 아삭한 오이김치를 곁들여 맛있게 먹었다. 도저히 먹히지 않을 것 같았지만 자식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니 얼른 잘 먹고 기운을 내야겠다.


코로나! 끝나지 않았습니다.

방심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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