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매장에서 아침에 바로 뽑아서 진열해 놓은 듯 싱싱한 제법 단이 큰 열무와 얼갈이배추를 모셔 왔습니다.겨우내 내 입맛을 지켜준 동치미와 배추백김치를 다 먹어버렸거든요. 이제그 자리를 대신할 열무김치가 다시 내게로 올 시간이 되었습니다.
작년봄부터 겨울이 오기 전까지 매운 것을 못 먹는 나를 지켜준 고마운 열무김치입니다. 나와의 인연은 어느 날 감자옹심이를먹으러 간집에서 시작되었지요. 남편은 주인장이 감자옹심이를 끓이는 동안 먼저 내준 보리밥에 열무김치와 새빨간 고추장, 고소한 참기름까지 휘리릭 두른 뒤 쓱쓱 비벼먹었어요.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맛있어 보이던지요.
짤막한 길이의 연한 열무와 얼갈이를 섞어서 풀국물 넉넉하게 넣어 담근 그 김치맛을보던 날을잊을 수가 없어요. 인생김치라도 만난 듯 그 후로 몇 번을 더 담가 먹었는지요. 나도 질세라 고추장, 참기름 뺀 열무김치만 얹어 쓱쓱 비벼 먹어도 맛있는데, 요기에 알맞게 익은 김치 국물 몇수저까지 넣으면 아마도 이것이 천상에 맛일 지어다.
자주 속이 안 좋은 내가 입맛이 없을 때 그나마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감자옹심이와 그 열무김치가 잃었던 내 입맛을 돌려놓곤 합니다. 요즘 이런저런 일들로 신경을 쓰다 보니 몸무게도 빠지고, 몰골이 말이 아닙니다. 잠시 무거운 마음도 잊어 볼 겸 씩씩하게 열무김치 담그기에 돌입했지요.
맨 먼저 밀가루풀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물 한 컵에 밀가루를 풀어서 작은 냄비에서 끓고 있는 물에 부어서 몇 번 젓다 보면 보글보글 밀가루풀이 완성됩니다. 내 입맛에 열무김치는 찹쌀풀보다 밀가루풀을 넣어야 더 맛있어요. 풀이 식는 동안 열무와 얼갈이배추를 조금 짧은 길이로 잘라 씻은 후 천일염에 절였습니다.
다른 김치에 비해 담그기 수월한(내 기준) 열무김치는 여기까지만 해도 절반은 한 셈입니다. 지난주에 딸이 가져온 미나리 반단과 쪽파도 열무길이로 자르고, 나머지 채소준비와 밑국물 만들기 시작입니다.
아차~
자랑해야지ㅎ
아들이 지난주에 맛있는 누룽지, 함박스테이크, 쌀국수와 함께 택배로 보내준요즘 꽤 비싼 오이를 잘라 소금에절였다가헹구어 줍니다.
밑국물 만드는 것이 좀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국물이 익었을 때깔끔하고 쨍한 그 맛을위해 기꺼이 수고를 아끼지 않습니다. 양파와 생강, 마늘, 배를 갈아 고운체에 거르고, 준비했던 밀가루풀도 한번 걸러주면 국물이 맑고 깨끗합니다. 빨간 고추 대신 당근까지 곱게 채 썰어 모두 합친 국물에 액젓과 소금. 신*당( 시어머니께서 김치를 담글 때 무르지 않도록 늘 설탕 대신 이것을 넣으셨기 때문에 지금도 이 감미료를사용합니다 ), 양파청, 매실청을 넣어 간을 맞춥니다.
와아~ 이제 거의 다했어요.
1시간 이상 절인 열무와 얼갈이배추를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국물을 부으면 끝!
이제 2~3일 후면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오면서 새콤한 향기로 내 입맛을 끌어당길 것입니다. 밥에 비벼먹고, 국수도 말아먹고, 벌써 입안에 침이 고이며 설레고 신이 납니다.
맛있는 열무김치 계절이 왔어요
얼른 도전해 보시고 예쁜 봄날 맞이하세요(혹시 담그실 자신이 없거나, 시간이 없으시다면 슬퍼하지 마세요. 요즘 반찬가게,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