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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Sep 27. 2023

부치지 못할 편지

조상님 전 상서

산새 지저귀고

풀벌레 노랫소리에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여기는 며칠째 가을비가 내립니다

곳에도 가을이 왔는지요.

추석이 다가오네요.


비가 오고 추워지는 날씨에

매번 먼 길 오시라 할 수 없어

이번엔 저희가 가겠습니다.


걸핏하면 오라 가라 하니 이번엔

애써 움직이시지 않도록

저희가 가겠습니다.



다 먹지도 못할 음식들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 

지들 입에만 처넣을 거면서

그간 죄송했습니다.


상석*에 맞추어 드실 것만 

살뜰히 차려드릴 것이니

그 노여움은 이제 거두어 주세요.


잘못이 있다면 모두

 부족한

맏며느리 탓이니

서운한 마음은 

거두어 주시옵소서.


앞으로 더 약소한 상을

차리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세상이 그리 변해간다네요.



매일 젊음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맏며느리도

어느새 이순을 훌쩍 넘어

성치가 못하네요.


그래도 이 몸 다하는 날까지

잊지 않고 물 한잔이라도

올려드릴게요.


추석날 뵙겠습니다.



칠 남매 맏며느리   



* 상석 : 산소 앞에 음식을 차려 놓는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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