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알가니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양념꽃게장이 완성되었습니다. 매콤 달콤하니 쭈우욱 밀려져 나오는 꽃게 속살이 달콤하니 입안에서스르르 녹아버립니다. 잡아서 바로 급랭을 해서인지 껍질도 그리 딱딱하지 않아 다리까지 와그작와그작 씹어도 무리가 가지 않네요. 늘 명절이 다가오면 마트행사일정에 맞추어 살아있는 톱밥 속에 숨어있는 꽃게를 한 박스 구입하였습니다. 식구들이 어디에서도 먹을 수 없는 희야표 양념꽃게장을 좋아하기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명절음식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 꽃게를 어쩌다 보니 구입시기를 놓쳐버렸지 뭐예요. 어디 가서 싱싱한 꽃게를 사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남동생 지인이 꽃게를 보내주신다 하여 올해는 삽시도 꽃게를 먹어 보기로 했습니다. 살아있는 꽃게가 아닌 급랭시킨 꽃게라니 괜찮을까 싶었지만 일단 한번 먹어보자 싶어 주문했습니다. 상자 가득 얼려진 꽃게가 도착하자 바로 몇 마리 손질하여 꽃게탕을 끓였더니 어머 이 꽃게 달고 맛있네요. 꽃게구입 대성공입니다.
문제는 꽃게값을 송금해야 하는데 계좌번호를 안 주시네요. 이럴 수가! 남동생에게 전화를 했더니 '누나 그냥 드셔, 김여사가 안 받는다네요.'겨우 한번 놀러 가서 신세진적 밖에 없는데 조금도 아니고 5킬로 한 박스를 장사하시는 분이 값을 안 받으신다 하니 난감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삽시도에서 식당을 하시며 섬주민들이 잡아온 해산물들을 모아 팔아주는 역할도 하시는데 참 순박한 분이다 싶었습니다. 식당옆으로 묵을 수 있는 방도 몇 개 있고, 반찬도 뚝딱해서 내어 놓아도 참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장 맛있게 먹었던 성게미역국이 생각나네요.
삽시도는 충청도에 있는 작은 섬입니다. 남동생과 어쩌다 연이 되어 그곳분들과 왕래까지 하는 사이가 되었고, 육지에 왔다 배편이 마땅치 않으면 우리 친정집에 와서 부담 없이 자고 가기도 합니다.가끔 시골에 내려가면 삽시도에서 보내준 거라며 커다란 자연산 홍합이나 낙지, 갑오징어등을 줘서 가져다 먹기는 했지만, 명절 앞이라 바쁘실 텐데 보내 주신 꽃게를 그냥 먹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명절택배대란이 잠잠해지면 뭐라도 사서 보내드려야겠습니다.
사설이 길었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양념꽃게장으로 돌아가 볼까요. 언제나 제가 한 양념꽃게장은 우리 가족들에게는 인기폭발입니다. 조카들까지 어찌나 좋아하는지 큰엄마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거라며, 입주위가 벌게지도록 쪽쪽 빨아먹느라 야단법석입니다. 하도 오래라 아마도 솜씨 좋으신 둘째 시누이께 전수받은 레시피일 거예요. 가끔우리양념꽃게장을 드셔보신 분들께서 꽃게를 사 왔다며 전화로 레시피를 문의해 오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별다르진 않아요. 기본양념이 어디 가겠어요.
꽃게 10마리를 깨끗하게 손질하여 먹기 좋게 4등분을 해서 물이 빠지도록 체에 밭쳐 놓습니다. 되도록이면 먹기 편하게 작은 꽃게를 추천하고요, 클 경우에는 6등분 하셔야 먹기가 좋습니다. 물이 빠지는 동안 양념을 만들어야겠지요. 양파와 당근 한 개씩을최대한 곱게 채 썰어 주세요. 쪽파와 미나리 한 줌씩도 쫑쫑쫑 썰어주시고요. 여기에 간 마늘 듬뿍한 수저, 생강가루와 후추도 조금씩 넣어줍니다. 이제 무침 들어갑니다. 간장과 올리고당, 고춧가루를 넣어 모든 양념이 한 몸이 되도록 맛깔나게 섞어주고 꽃게를 넣어 버무린 후 통깨와 참기름으로 마무리합니다. 가정마다 간의 세기가 다르기에 고춧가루, 간장, 올리고당으로 조절하여 매콤 달콤하게 무쳐 놓으면 요리 끝!제 경험상 하루정도 냉장고에서 양념이 스며든 후 드시는 것이 가장 맛있습니다.
입안이 얼얼, 침이 꼴깍, 맛나게 드셨나요. 시중이나 식당에서 나오는 양념꽃게장은 고춧가루양념물만 묻어서 나오지만 제가 만드는 양념꽃게장은 야채와 같이 먹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곱게 썰어 양념이 따로 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고요. 또한 미나리를 넣어 비린맛을 잡아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어렵지 않아요. 가을꽃게가 제철이니 좋아하시는 음식이라면 한번 도전해 보시길요.
어느새 소슬하니 가을이 깊어지나 봅니다. 추석도 내일이네요. 위대한 대한민국의 며느리이신 분들 파이팅! 하세요. 모두모두 추석명절 잘 보내시고가족들과 맛있는 음식 함께 나누며 다복한 명절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