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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Nov 23. 2023

어찌해야 할까요

전학 간대요

훈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며 가방도 내려놓기 전에 심각한 얼굴로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 고 예쁜 입으로 소복소복 쏟아냅니다.

할머니 00 이가 전학 간대요.

, 그래!

무슨 사정이 생겼나 보구나.

다른 친구들은 이사를 가서 전학을 갔는데 00 이는 그게 아니에요.

그래!

무슨 일이 있었니?

네,

오늘 학교복도에서 00 이가 뛰어서 초콜릿을 받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화를 내면서 국어, 수학. 겨울책도 모두 가방에 넣고, 옆에 있는  00 초등학교로 전학을 간대요.

에고, 그런 일이 있었구나.

선생님께서는 뭐라 하시던?

아무 말씀도 안 하셨어요.

그랬구나.

할머니! 그런데 좀 슬퍼요.

왜?

그래도 00 이가 전학 간다고 생각하니 좀 보고 싶을 거 같아서요.


너무도 진심인 훈이 얼굴을 보면서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00이 전학 안 갈 것이니 걱정하지 말으렴. 00 이가 전학 가고 싶다고 금방 가지는 건 아닐 거야. 00 이는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그런 것이니 부모님께서 알아서 처리하실 거라 말해주었습니다. 자주 소리치고 울고 뛰는 00 이로 인해 단체로 혼이 나기도 했으면서 00 이가 전학 간다니 슬프다는 훈이, 그 예쁜 마음을 어떻게 안아주어야 할지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00 이도 00이 부모님도 마음에 걸렸지만 당장 마음이 쓰였던 분은 담임선생님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더하고 덜하고의 경우는 아님을 밝힙니다. 아파트 밀집지역이다 보니 학년당 14 학급에 학급당 인원수도 27명이나 되고, 요즘 하나같이 귀하지 않은 자식이 없으니 그 아이들과 함께 하며 얼마나 힘이 드실까요. 그나마 연륜이 있으신 분이기에 망정이지 초년생 이셨다면 마음고생이 많으셨을 듯싶습니다. 선생님도 역시 어느 귀한 집 자식이거나, 부모이거나  소중한 아내일 수도 는데 그 가족이 본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매를 들고, 막말을 해대어도 그저 스승님의 그림자도 중히 여기던 시절이 있었건만 본인잘못으로 초콜릿을 못 받았다 해서 전학을 가겠다고 책가방을 싸다니 이런 경우를 어찌해야 할까요. 그렇다고 그 시절의  방법들이 옳은 것은 아니었지만, 차라리 큰아이가 그랬다면 사춘기라 반항심에 그랬나 보다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보송보송 귀여운 1학년이 그랬다 하니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그래도 자세히는 모르니 00 이도 어쩌면 마음이 커가는 중인 아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 보모님 또한 걱정이 많으시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제 손주들을 돌본 지 4개월이 되어가면서 생각지 못했던 일들과 마주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아무리 착하고 예쁜 손자들 일지라도 매일 예쁜 짓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머스마 둘이다 보니 티격태격 다투게 되고, 특히 윤이가 동생을 놀리는 통에 사정없이 두드려 맞곤 합니다. 그러면서도 웃으며 방어만 할 뿐 맞서지 않으니 큰 다툼으로 번지지는 않지만, 훈이는 씩씩거리며 자꾸 약 올린다고 울고불고 난리도 아닙니다. 제발 동생이 싫어하니 건드리지 말아 달라 하는데도 그런 동생이 재미있다며 한바탕씩 소란을 피우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중재에 나선 이 할머니는 시끄러워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런 일쯤이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맹랑한 요 꼬맹이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본인의 감정을 여과 없이 바로 표출해 내는 통에 당황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하루하루 인내하고 다독여가며 그런대로 참 좋은 할머니로만 기억되려 애쓰고 있는 중입니다. 그것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모르겠지만 줄타기를 하듯, 냉온탕을 넘나들면서 중심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다음이 궁금하시지요. 저도 궁금합니다. 먹이고, 입히고, 치우는 단순노동은 일도 아닙니다. 문제는 아이들과의 관계입니다. 어찌하면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좌충우돌 성장기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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