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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Dec 31. 2023

23년이여 안녕

12월의 고단함 앞에서

연이은 스케줄로 단 하루의 여유로움도 없어 숨이 막히고 답답하기만 했다. 분명 날짜는 하루하루  사라져 가는데 모든 일들은 느리기만 하고 뭐 하나 순조롭게 마무리가 되고 있지 않았다. 한해의 마지막 12월 앞에서 허덕이는 나 자신이 한없이 나약해 보이기만 다. 결국 불면의 시간들만 쌓여갈 뿐 피곤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채 흐를 뿐. 분명 열심히 달려왔고 많은 것들을 이룬 한 해였기에 감사함으로 가득한 한 해였었다.


딸이 임용이 되어 출근을 했고, 아들과 며느리도 승진을 했고, 사위는 승진과 더불어 MBA과정에 합격하여 더없이 기쁜 한 해였다. 요양원에 계시는 시어머니께서도 고비를 잘 넘기시고 추운 겨울을 잘 견디시고 계시며, 나 또한 작은 시술 후 회복이 되어가건만 속 시끄러운 이 정은 무엇일까. 간밤에도 고단한 하루를 보냈으니 꿀잠을 잘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새벽 3시까지 사투를 벌이다 결국 슬그머니 이불밖으로 나와 시집을 읽다가 잠이 들어야 했다.


매일이 무겁고 흐릿하고, 글도 쓰지 못하고 속상한 마음만 한가득인 나날들. 12월을 보내고 싶지 않은가 다. 지나간 시간들 따위에 미련을 두느니 다가올 내일의 일들을 위해 마음을 내주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왜 이리 지지리 궁상으로 붙잡고 싶은 걸까. 어쩌다 보니 또 한 해를 보내야 하고, 숫자도 주름도 늘어만 다. 그래도 어쩌겠나. 거스를 수 없는 것이 세월이라면 순순히 따라야지. 발버둥 쳐봐야 더 비참해 보일 뿐이니 12월도 쿨하게 보내고 새해를 기쁜 마음으로 맞아야겠다.(바쁘게 사느라 며칠에 걸쳐 초고를 완성하다 보니 피곤함도 묻혀버리고 말았네요)




하루하루 짧아져 가는 23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랑하는 어머니와의 이별 앞에서 우연히 브런치스토리를 만나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글을 쓰며 어머니를 보내드렸고, 지금은 글들을 다시 읽으며 어머니를 추억한다. 어쩌면 내 인생에 작은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의미 있는 한 해였다. 그냥 묻어두고 살았을지도 모를 것을 어머니로 인해 글쓰기를 시작했으니 이는 어머니께서 게 남겨준 결코 사라지지 않는 소중한 선물이었다.


무엇보다도 기쁜 일은 건강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해 동안 소화장애로 고생하며 병원순례를 하던 일을 멈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다녀도 나아지지 않더니 결국엔 대학병원에 가서야 작은 시술을 받고 약 복용 후에 나아지고 있는 중이다. 대학병원에 왜 사람들이 넘쳐나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시술을 했음에도 이미 위벽이 많이 약해져 조금이라도 맵거나 더 먹었다 싶으면 간신히 올려놓은 몸무게가 사정없이 추락해 버리지만 말이다.


망설임 없이 쟁여놓은 약을 먹고 달래느라 또 한참을 고생해도 괜찮다. 이제 병원순례에 마침표를 찍고 걸어서 가도 되는 거리에 주치의(?)있으니까. 며칠 전에도 각종 피검사 결과 잘 유지만 해도 된다며 격려를 해주셔서 어찌나 감사하던지. 용기 내어 부끄러운 듯 이제 저의 주치의가 되어 주셔야 한다 했더니 오히려 그리 생각해 주셔서 감사하다 하신다. 그래도 자주 만나서는 안 되겠지. 3개월마다 검사하고 관리해 주시겠다니 이 얼마나 든든한지.


살아가는데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모두 건강 잘 챙기시고 못다 하신, 끝내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이 있다 하더라도 아쉬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시간은 늘 우리 앞에 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것만 같았던 일들도 결국 가서 보면 그리 동동거리며 애쓰지 않아도 되는데 마음만 앞섰다는 걸 깨닫곤 다. 좀 더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다 보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만날 수도 있다. 연령대에 따라 또는 성향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겠지만 주어지는 시간은 공평하다. 그 시간을 나에 맞게 활용하며 24년에도 건재하시기를 기원해 본다.

우리 24년 1월에 멋지게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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