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그냥 누워서 슬퍼만 한다고 쉽게 잊어질 일도 아니고, 끌어안고 눈물만 흘린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이제 일어나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몇 개월 만에 리시버를 귀에 꽂자 플레이 리스트 중 한곡이 내 귓속으로 달려온다. 내게 하는 말 같아 주르륵~~ 흐르는 눈물을 애써 참지 않는다. 그래 엄마가 우리 딸 잘 있느냐고 내 안부를 묻고, 엄마도 잘 지낸다고 보내주는 바람인 거 같고, 엄마의 딸로 태어나 따뜻했고 좋았노라고 이제야 감사의 눈물을 흘린다. 그래 이 슬픔도 지나고 나면 언젠가는 봄볕 꽃망울 같은 추억이 되겠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노래가 내 온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위로를 받는 아침이다.
<슬픔도 지나고 나면. 이문세>
어디쯤 와 있는 걸까
가던 길 뒤돌아본다
저 멀리 두고 온 기억들이
나의 가슴에 말을 걸어온다
그토록 아파하고도
마음이 서성이는 건
슬픔도 지나고 나면 봄볕
꽃망울 같은 추억이 되기에
서글퍼도 그대가 있어
눈부신 시간을 살았지
오래전 내 그리움에게
가만히 안부를 묻는다
다시 내게 불어온 바람
잘 지낸다는 대답이려나
흐느끼는 내 어깨 위에
한참을 머물다 간다
또다시 내 곁에 와줄까
봄처럼 찬란한 그 시절
가난한 내 마음속에도
가득히 머물러주기를
그대를 만나 따뜻했노라고
그대가 있어 참 좋았노라고
9시 24분 언제나처럼 아침을 먹고 하루를 시작하려는데 전화가 왔다. 당장 임종을 볼 수도 없을 것 같으니 가족들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나는 가까운 언니에게 엄마가 위독하니 최대한 빨리 요양병원으로 가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50분경에 전화가 왔다. 이미 45분에 운명하셨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언니가 요양병원에 서둘러 도착했건만 몇 분 차이로 엄마를 혼자 보내야 했다. 나는 너무 허탈하고 엄마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혼자 외롭게 보낸 것이 너무 억울하고 속상해서 그제야 원망을 쏟아냈다.
"왜 좀 더 일찍 알려주지 그랬느냐고"
뭐라고 변명을 해댔지만 난 들리지 않았다.
비록 내가 중환자실에서 "엄마 이제 그만 아버지 보러 가도 된다" 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가버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래도 3월만큼은 우리 곁에 있을 거라 생각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었는데, 그것은 나의 헛된 바람일 뿐이었다.
엄마는 소리 없이 외롭게 당신의 마지막을 준비했던 것이다. 우리 엄마는 그렇게 길지 않은 4개월이 조금 넘는 동안 중환자실과 요양병원을 오가며 투병생활을 하시다가, 벚꽃망울이 터지는 따스한 봄날에 먼 길을 떠나셨다. 혼자 보내드린 것이 너무 미안해서 너무 가슴이 아파서 마음속으로 수없이 몸부림쳐야 했다.
마지막으로 엄마의 모습을 마주하였다. 평온한 모습으로 누워계신 엄마. 살며시 엄마얼굴에 손을 얹어보았다. 온기는 사라졌지만 보드라움이 내게 전해졌다. 부디 아프지 않은 세상으로 그렇게 그리시던 아버지를 만나러 봄꽃들이 피어나는 꽃길을 따라 가벼운 걸음으로 가시기를...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엄마의 얼굴은 가려지고, 두 딸의 통곡을 뒤로하고 당신이 미리 준비했던 새하얀 인견옷을 입고 그렇게 떠나셨다.
자식들 추운 날 고생할까 봐 유난히 따사로운 봄날에 떠나신 엄마. 한참이나 등산을 해야 하는 산자락 햇볕 잘 드는 아버지 옆에 모셔드리고, 흙 한 줌 떠서 이불을 덮어드렸다. 또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엄마가 없는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엄마의 유품들을 정리했다. 엄마가 아끼느라 입지도 못했던 옷가지와 이불들을 정리하고 나니 텅 비어버린 옷장과 서랍장들을 보며 내 가슴속도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 이제 내 이름을 불러줄 엄마도 아버지도 없는 고아가 되어버렸다.
나는 엄마를 보내드리는 동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 피곤함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이제 전화해서 안부를 물어볼 엄마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에 허탈함만이 밀려왔다. 하지만 엄마는 떠나면서 내게 엄마에 대한 이해와 사랑과 존경할 수 있는 시간들을 내주었다. 그리고 우리 5남매가 엄마를 성심을 다해 모시고 잠시나마 불편했던 마음들을 내려놓고 화해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로 주시고 떠나셨다. 또한 이번에 위로를 표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큰 시누이와도 화해를 했다.
사랑하는 엄마!
엄마가 주고 간 선물에 감사하며, 이 글을 쓰며 지나간 나의 삶을 돌아볼 수 있어 감사했고, 오래도록 엄마와의 시간들을 기억하고 간직할게요.
내 엄마여서 고맙고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