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야 Jan 12. 2024

써야 할 이유가 되겠지요.

댓글을 박제하기로 했습니다.

이 글을 써 놓고 발행해야 할지 참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굳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내 손으로 써서 들어낼 필요가 있을까 싶었거든요. 하지만 이 또한 과정이니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겠지 싶어 발행합니다.


길 건너 아파트에 살고 있는 손자들을 돌보고 있기에 주중에는 두 집을 오가며 꽉 찬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날도 방학식이라 일찍 온 아이들의 점심을 챙겨주고 한숨 돌리며 핸드폰을 들었습니다. 며칠에 걸려 초고를 쓰고, 또 며칠을 시간이 날 때마다 퇴고를 하여 아침에 올린 글을 확인했습니다.

아니 조회수가 1000! 

일일까요? 

어디 가면 확인할 수 있을까요.


정신을 가다듬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홈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역시나 "오후 3, 브런치스토리 인기 글"에 내 글이 떡! 하니 실려있습니다. 그럴 리가요, 내 글이? 아무리 보아도 내 글입니다. 어쩌다 구독자님이나 관심작가님들의 글이 홈에 걸리면 무척이나 반갑고 흐뭇했습니다. 그렇다고 내 글이 거기에 올려질 거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본인의 글쓰기는 자신이 더 잘 알겠지요. 얼마큼 부족한 지도요.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보며 글의 깊이와 문장의 수려함에 이미 깨달은 바가 있기에 초보라는 단어는 달고 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쨌든 3년이 아니 1년이 되기 전에 홈에 글이 실렸고, 이틀에 걸쳐 조회수가 늘어만 갑니다. 그럼 즐겨야지요. 가족방에 화면을 캡처해서 올렸습니다. 물론 한창 운동 중인 글에 주인공 톡방으로는 해당글을 공유하고 캡처본도 보냈지요. 어떤 작가님은 글을 쓴 지 며칠 만에 조회수가 엄청나고 독자수도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했습니다. 그에 비하면 어림없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쓰다 보면 내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었지요.


어디에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가족들만이 알고 있기에 마음껏 자랑할 곳도 없어 작은 축하 속에 늘어가는 조회수를 확인하며 혼자 좋아했습니다. 처음엔 우리 가족만의 기밀사항(?)이었지만 지난번에 글이 책자에 실리면서 아내가 글을 쓴다고 어찌나 자랑을 는지 여기저기 알려지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브런치스토리라는 말은 하지 않아서 더 이상 말리지는 않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오랜만에 친구와 서로에 안부를 확인하다 글을 쓰고 있다고 뒤늦은 고백을 했습니다.




이제 이유불문하고 글을 써야 합니다. 딱 거기까지였으면 어찌 되었을까요. 아니면 딱 거기까지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지금의 나를 위해서는 전자가 맞습니다. 마냥 좋아할 만한 상황이 아니니까요. 당장 뭘 해야 할지 답이 서진 않았지만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다. 댓글 몇 줄로 이 나이에 하룻밤을 설치다니 쓴웃음이 났지만 당연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맞춤법도 엉망이고 글도 부족하고 나의 글쓰기는 여기까지인가. 밑바닥까지 다 들통나 버린 듯하여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시누이를 신우라고? 칠십이년살면서 처음 들으니 황당한기분 까지 드는군요 ㅠ


맞습니다. 그랬습니다. 글을 쓴다면서 시누이라 표기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평소 하던 버릇대로 생각 없이 말하듯이 여기저기 신우라 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참에 뭔 자랑이라고 고해성사라도 해야겠습니다. 팔월한가위 추석에 관한 글을 쓰면서 떡하니 정월대보름이라 습니다. 도대체 뭔 생각으로 쓴 것일까요. 마침 아들이 글을 읽고 전화를 주었기에 바로 수정을 했습니다. 어느 작가님께서도 살짝 미진한 부분을 알려 주셔서 지금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외로도 MZ세대를 MG세대로 쓰지를 않았나 찾아보면 많겠지만 이러다 완전 땅굴 파고 들어갈까 싶어 그만해야겠습니다. 어쨌든 마음을 진정시키고 댓글을 달아야 하겠지요.


1차
아 그러네요.
실수를 했네요. 조각 글을 쓰다 보니 세심하지 못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차
앗 그렇군요.
제가 세심하지 못했습니다.
감사합니다.


1차 댓글을 달고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실수? 머리로는 시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여기저기 신우라 써 놓고 실수라 하기에는 변명 같아 지웠습니다. 조각 글을 쓴다는 것 역시 맞는 말이지만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는 변명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2차 댓글로 수정했습니다. 그럼 바로 수정을 했겠지요. 시누이로 수정을 하고 나니 어찌나 그 단어가 목에 걸린 가시 같은지 평상시에 부르던 대로 형님으로 바꾸었다가 다시 아니다 싶어 시누이로 수정했습니다. 뭔 짓인지요.


그럼 다음엔 어떤 일들을 해야 할까요. 그동안 쓴 글들을  모두 수정해야 하는데 어디에 썼는지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누이ㅡ신우> 그래도 궁금하여 찾아보니 "시댁의 미운 시누이를 줄여서 '신우'라 하는데 시누이는 '신우'에서 파생된 단어이다"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분명치가 않아서 댓글에 써볼까 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앞으로 좀 더 신경 쓰고 신중하게 글을 쓰는 계기가 될 것 같아 그 댓글은 박제하기로 했습니다. 어쨌든 제 글을 자세히 읽어주시고 짚어주신 고마우신 독자입니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쓰는 단어 하나하나가 문장들이 일취월장하기는 어렵겠지만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는 더 나아지겠지요. 이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나.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말자. 실수든 몰랐든 알아가면 되는 거야. 이번 댓글이 많은 교훈이 되기도 했지만 따스한 시선으로 마음을 담아 흔적을 남겨주신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틀에 걸쳐 노출되었던 글은 조회수 10000을 기록하고 그 여파로 예전글들도 조회수가 늘어가네요. 그러니 이제는 계속 써야 할 이유가 충분해진 것 아닐까요.(그래도 써야 한다고 마음 실어주신 작가님 감사합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늘 힘이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조회수가 3000 이라고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