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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Feb 17. 2024

아이와 함께 먹는 반찬 3종세트(1)

천리향이 봉오리 지던 날

봄이 오기도 전에 늘 맨 먼저 꽃소식을 전해주는 천리향. 올해도 분홍빛 봉오리를 한 움큼 고서 고개를 내밀었어요. 언제나 맑은 햇살을 마음껏 담으라며 베란다 한편에 두었는데 나 몰래 꽃소식을 전해주려 애쓴 줄도 몰랐어요. 2주에 한 번, 때로는 잊어버려 한참이 지나서야 메마른 입을 적셔 주곤 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내게로 와주었습니다. 몇 송이만 피어도 향기가 천리를 간다더니 어찌나 향이 좋은지 베란다 창문을 밀면 온통 그 향기로 가득하곤 했습니다. 그날도 머지않았겠지요. 분홍빛 부푼 마음 안고 손자들이 좋아하는 오늘의 반찬 3종세트 만들기에 들어가 보겠습니다.


맨 먼저 시금치를 다듬었어요. 요즘 해풍 맞은 시금치가 뿌리 쪽이 분홍빛으로 씹으면 달큼한 맛이 나고 식감도 좋아요. 더구나 윤이가 좋아하는 반찬 중에 하나라서 자주 해주는 편입니다. 시금치는 겨울이 제맛이기에 자주 사 먹으면 좋겠지만 매년 올라가는 물가에 망설이게 됩니다. 한단에 3천 원이 넘었었는데 마침 2단에 5,980원이라서 냉큼 들고 왔습니다. 끝을 갈라서 해야겠지만 아이들이 먹는 거라서 끝을 모두 잘라내고 찬물에 여러 번 깨끗이 씻었습니다. 모래밭에서 키운 거라 가는 모래가 엄청 많이 나왔거든요.


숙주도 녹두껍질이 다 없어지도록 씻어서 채반에 받쳐두고 데칠 물을 올려야겠지요. 넉넉한 솥에서 물이 끓기 시작하면 숙주를 넣고 잠시 뒤집어 데친 후 건져서 채반에서 찬물샤워를 해주었습니다.  숙주 데친 물에 왕소금 한 줌 넣고 시금치도 새파랗게 데쳐주었어요. 혹시 모래가 있을까 싶어 한 번 더 헹궈주었고요. 그냥 먹어도 달큼하고 색감도 참 예쁘네요. 손자들이 먹을 거라 향신채(파, 마늘)는 사용하지 않았어요. 작은 볼에 숙주를 꼭 짜서 넣고 볶은 소금과 맛간장 조금 넣고 시골에서 언니가 보내준 향긋한 들기름과 고소한 참깨를 미니절구에 콩콩 빻아서 넣은 후 조물조물 무쳐주면 겁나 맛있습니다. 시금치도 같은 방법으로 무쳤는데 어묵 볶을 때 남은 채 썬 당근을 어묵볶음을 한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서 넣고 같이 무쳤어요. 숙주에 조금 넣어 좋은데 부족해서 생략했어요. 참 쉽죠!


다음은 어묵볶음 들어가 볼게요. 먼저 소시지 한 개를 채 썰어 뜨거운 물에 데치거나 담가 기름기를 빼주고 꼬들한 식감의 얇은 사각어묵을 채 썰듯 썰어줍니다. 볶음이라 양파를 얇게 채 썰고 곱게 간 마늘 반수저를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넣고 달달 볶아주었어요. 그래야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거든요. 식용유도 아이들 때문에 갈색병 안에 들어있는 포도씨유를 쓰는 편입니다. 양파가 노릇해지기 전에 맛술과 양조간장(시판간장), 올리고당 넣고 어묵을 쉐키쉐키 볶아줍니다. 이때 불조절을 잘해주셔야 해요. 방심하면 탈 수 있으니 약불이나 아예 꺼 놓고 양념을 넣은 뒤에 다시 불을 켜고 볶아주면 좋겠지요. 이제 채 썬 근도 넣고 소시지도 투하하여 볶아주다 들기름 한 바퀴 돌려주고 몇 번 뒤적이며 마무리에 들어갑니다. 당연 마지막에 후추 약간과 깨소금 콩콩 찧어서 넣어주었어요. 후추는 아이가 못 먹으면 생략해도 돼요. 어묵도 데치는 분이 계시던데 손자들은 4학년, 2학년이 되기에 그냥 볶아야 꼬들한 맛이 있어서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시지는 일종에 유인용입니다. 젓가락이라도 더 먹었으면 해서 한 개만 채 썰어서 넣곤 합니다. 완성된 3가지 반찬에 단백질섭취를 위해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생선 등을 메인요리로 돌려가며 차려주면 맛있다고 엄지 척! 을 해줍니다.


저의 반찬 만들기는 계량이 없어요. 여기에 올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계량을 하곤 하지만 평상시에는 그냥 대충 어림잡아 넣곤 합니다. 결혼과 동시에 시어머니와 30년 넘게 한집에 살면서 배운 거라서 어쩔 수가 없어요. 동서들도 '형님 도대체 얼마나 넣어야 해요'. 답답해하여도 그냥 대충 맛보며 넣으면 된다 하면 한숨을 쉬곤 했었지요. 지금은 그렇게 몇십 년 해주었더니 척척 알아듣고 맛있게 잘합니다. 음식은 자주 해보는 게 답인 것 같아요. 글쓰기도 마찬가지겠지요. 처음엔 어도 틀리고 띄어쓰기도 문법도 문장도 허술하기 짝이 없어도 자주 쓰다 보면 나아지겠지 싶어요. 때가 되면 꽃이 피듯이 세월이 흐르고 자꾸 반찬도 만들다 보면 내입에, 아이들 입맛에 맞는 맛있는 반찬이 상에 올려질 날도 겠지요. 천리향이 활짝 피어나면 그  향기 가득 담아 다시 맛있는 반찬 들고 오겠습니다. 

오늘도 맛있게 드세요!



음식 만들기를 쓰다 보면 과정이 빠진 경우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럴 경우 댓글 달아주시면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각자 만드는 방법이 다를 수도 있겠지요. 그럼 더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저에게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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