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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Mar 12. 2024

할머니는 어떻게 살아요!

노후의 경제적 자립

어느 날 4학년이 되는 윤이가 궁금하다는 듯 밑도 끝도 없이 물어옵니다. "할머니는 어떻게 살아요!" 갑자기 훅 들어오는 질문에 우리 꼬맹이가 생각이 자라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기에 설명을 했겠지요. 할아버지 할머니는 미리 준비해 두었기 때문에 사는 동안 먹고살 걱정은 하지 않는단다. 또 큰돈이 필요하면 집을 줄이든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그동안 열심 일하며 알뜰하게 모아서 앞으로 살아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듯싶은데 왜 그것이 궁금했을까?


그다음말에 제 생각이 더 깊어집니다. "그럼 우리가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살지 않아도 되나요." 아~ 우리 윤이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감이 옵니다. 우리 부부가 현재는 그렇다 치더라도 더 나이가 들면 함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딱 잘라 말했습니다.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너희들을 돌봐주고 있지만 우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가지 않을 것이며, 부담을 주는 일은 없을 거야. 자기 인생은 자신이 책임지는 거야.'  앞일은 누구도 모르는데 입바른 소리 같지만 그렇게 말해버렸습니다.


아직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두 다 알 수야 없겠지만 어느 결에 윤이도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줄 아는 때가 되어버린 것이겠지요. 그래도 윤이가 너무 빨리 복잡한 세상을 알아가는 것 같아 마음무거웠습니다. 우리 부부가 분명히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데도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궁금하기도 했고, 저희들을 돌봐주듯이 우리 부부를 돌봐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지요. 왜 그리 마음이 착잡해져 오던지요. 어린아이들 눈에도 보호의 대상이 되어 가는 것 같아 순간 조금은 서글퍼지기도 했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손 벌리지 않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안심을 하면서도 건강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몇 해 동안 빠져버린 몸무게로 걱정에 시선을 받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기만 합니다. 차츰 잃어버린 몸무게를 찾아가고는 있지만 다이어트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듯이 생각처럼 순식간에 불어나지도 않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대로 늙어갈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노후의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자식에게 당당하지 못하거나 기대는 일은 없을 것이므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가까운 지인이 코러나 19 동안 어려워진 자식들로부터 생활비를 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보험에서 대출을 받아 생활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참 안타까웠습니다. 잘 나가던 자식들이 여유 있게 줄 때 아껴서 비축해 놓을 생각은 안 하고, 철없이 해외로 지방으로 신나게 여행을 다니더니 그런 사달이 나고 말았습니다. 본인이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건강하다면 본인 살길은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 세대는 받은 것이 없을지라부모님께서 가시는 날까지 보살펴 드려야 하고, 아이들 낳아서 힘들게 키웠어도 주기만 했을 뿐 받을 길은 없습니다. 아니 받지 않아야 합니다. 그 아이들은 본인들 살기도 팍팍한 세상에 놓여 있으니까요. 보태주지는 못할망정 짐이 되거나 부담을 지우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 합니다. 이미 기력이 쇠하여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이제부터라도 무엇이든 하여 내 앞길은 내가 책임져야 합니다. 그렇게 노후의 경제적 자립이 완벽히 이루어졌을 때 두려울 것도 아쉬울 것도 없이 목에 깁스 좀 해도 괜찮습니다. 님들의 멋진 노후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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