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힘들어요. 무슨 반찬을 해야 잘 먹을 수 있을까. 뭘 해서 또 한 끼를 채울까. 우리 어머니들의 공통된 숙제가 아닐는지요. 그런 숙제 오늘 하나씩 풀어나가 볼까요. 매일 세끼 밥을 먹어도 매번 새로운 반찬 한두 가지쯤은 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저만 그런가요? 이 병(?)은 본인이 선택하기도 했지만 너무 오래되어고치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듯합니다. 그냥 있는 반찬만 올리면 먹을 것이 없다는 듯이 '김이라도 꺼낼까' 아니면 젓가락이 허공을 맴도니 괜스레 눈치가 보입니다. 더 문제인 것은 밥차린 본인도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이지요. 아~ 우째 이런 일이. 냉장고에 있는 반찬들 꺼내어 접시에 담고, 김치도 꺼내서 담고, 밥 푸고 국이나 찌개도 있건만 새로 만든 반찬이 없으면 왠지 섭섭해지니 누굴 탓하겠어요. 스스로 만든 세월의 자욱들이니 오늘도 에효~ 한숨 뱉어내며 반찬 만들기 들어가 봅니다. 어차피 나도 먹고살아야하니 힘내서 맛있게 만들어야겠지요.
언제나 만만한 것이 콩나물 일 텐데요. 오늘은 단순한 무침보다는 요리 같은 콩나물볶음을 해볼까 합니다. 그럼 다른 반찬 없이도 충분하거든요. 다듬어서 씻은 콩나물 300g과 채 썬 햇양파 반 개, 듬성듬성 다진 햇마늘, 콩나물길이로 자른 실파 한 줌, 파프리카 조금 준비했습니다. 콩나물볶음은 원팬으로 금방 해낼 수 있는 반찬이기 때문에 미리 양념들을 꺼내놓으시는 것이 좋겠지요. 우선 마른 팬에 콩나물을 넣고 불을 켭니다. 한두 번 저어주다 들기름 1스푼과 양조간장 1스푼을 넣고 저어주며 마늘과 양파도 넣어줍니다. 뚜껑 없이 해도 금세 숨이 죽으며 볶아지면 굴소스 1스푼과 고춧가루 반스푼, 실파와 파프리카도 넣어 볶아줍니다. 마지막으로 간을 보면서 약간 싱거운 듯하여 소금 한 꼬집 넣고 후추와 깨소금으로 마무리했습니다. 10분도 채 안 걸렸지만 비주얼은 훌륭한 한 접시 요리 같지 않나요. 당연 맛도 좋아서 한 접시를 다 먹어버렸어요.
두 번째로는 달콤 짭조름한 무조림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항상 고등어나 갈치, 조기등과 함께 무를 졸여서 먹었는데 오늘은 멸치만 넣어 간장무조림에 도전해 보겠습니다. 과연 비린내 없이 잘 해낼 수 있을지 저도 기대가 됩니다. 먼저 무 세 도막을 약간 도톰하게 1cm 이상의 두께로나박나박 썰어서 준비했습니다. 집에 있는 재료들로 육수를 만들어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양파 한 개, 다시마 한 조각, 대파 1대, 멸치 한 줌과 황태, 디포리 몇 마리를 넣어 진한 육수를 만들었어요. 양념으로는 마늘 2스푼, 양조간장 4스푼, 올리고당1스푼, 멸치액젓 1스푼, 생강가루 두 꼬집, 맛술 1스푼, 육수 반컵, 표고버섯가루가 있어서 1스푼 넣었습니다.
멸치 한 줌을 팬에 볶다가 무를 넣고 육수1컵과 맛술 1스푼, 올리고당 1스푼을 넣어 10분 정도 바글바글끓여줍니다. 어느 정도 익었다 싶을 때 만든 양념을 부어 푹 무르도록 충분히 20분 이상 졸여주세요. 간장색이 잘 입혀지고 맛이 들었다 싶으면 간을 보며 올리고당 1스푼과 들기름 1스푼, 송송 썬 대파 한 줌 올려 살짝 끓여주시고 통깨와 실고추 얹어 마무리하면 맛있는 무조림 완성입니다. 처음 해보았는데도 생각보다 맛이 있고손자들 반찬도 한 가지 더 늘었네요. 맵찔이인 제게도 딱 안성맞춤이고요. 시간이 걸리긴 해도 자주 해 먹을 것 같습니다.
머위대나물볶음에 이어 또 손이 가는 고구마줄거리볶음을 할 건데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음식을 어디서 정식으로 배우거나 아주 잘하지는 않아요. 단지 매일 반찬걱정하시는 분들께 이런 반찬도 있었지. 오늘은 이거 해 먹어 볼까 하고 상기시켜 드리는 것뿐입니다. 그렇다고 레시피가 화려한 것도 아니고 그저 생각나는 대로 넣고 지지고 볶고 합니다. 이 글의 시작은 이런저런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가 먹던 반찬이나 이어지는 사연들을 떠올리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워보자는 거였어요. 그런데 어느 결에 앞뒤가 뒤바뀐 것 같아서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도모르겠어요. 음식 잘하시는 분들은 엄청 많잖아요. 다만 글과 음식을 함께 잘 버무려내는 솜씨가 더 좋아졌으면 하는 것이 저의 작은 소망이랍니다.
썰은 그만할게요.얼른 시작해 보겠습니다. 고구마줄거리를 한단 사 왔습니다. 삶지 않고 껍질을 벗겨야 하는데 양이 꽤 많네요. 예전에는 맨손으로 시꺼멓게 물이 드는 줄도 모르고 시어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세 해치웠는데, 오늘은 잘 벗겨지지도 않고 부러지고 한참이나 걸렸어요. 완전히 벗겨져야 양념이 잘 배는데 어쩔 수 없지요. 대충 벗겨서 삶으니 550g 정도 됩니다. 보라색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서너 번 씻어 체에 밭쳐두고 작은 양파 1개를 채 썰고, 채 썬 당근 한 줌, 마늘 2스푼, 실파 한 줌도 7~8cm 정도로 잘라 준비했습니다.
먼저 팬에 식용유 1스푼을 두르고 양파와 마늘을 볶아주다 당근도 넣어볶고, 고구마줄거리를 넣어 볶아줍니다. 이때부터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라고요. 우왕 이거 너무 덜 삶았구나 싶었지요. 워낙 연해서 5분만 삶아도 괜찮겠지 싶었는데 웬걸요. 숨이 죽질 않아요. 양조간장 5스푼, 올리고당 2스푼, 들기름을 1스푼 넣어 볶아주다 별수 없이 뚜껑을 덮고 5분 정도 두었더니 그런대로 양념이 배어들었습니다. 고구마줄거리마다 다르겠지만 푹 물러버릴까 봐 살짝 삶은 것이 문제였어요. 충분히 익을 때까지 만져보면서 한 10분 정도는 삶았어야 했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지금부터 살려야겠지요. 원재료가 좋아야 하지만 간이 맞으면 그런대로 괜찮거든요. 뚜껑 덮어 간이 배인 고수마줄거리에 고춧가루 1스푼과 실파를 넣고 깨소금까지 넣어 간을 보니 이 정도면 훌륭합니다. 조심스럽게 한 접시 담아놓고 눈치를 보며 반응을 기다렸는데 음 괜찮다는군요. 이 정도면 먹을만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아들처럼 맛있다 맛있다 하는 법이 없기에 그러려니 합니다. 친구말에 의하면 호강에 겨워 그런 거라더군요.ㅎ 그럼 어떻고 저럼 어때요. 맛있게 먹으면 그만입니다. 근처에 사는 딸도 주려고 한 접시 싸들고 왔습니다.
이번에는 반찬 만들기 힘드시지요. 하고 시작을 했으니 3가지만 하고 그만하면 섭섭해하실까 봐 고구마줄거리를 볶으며 후다닥 끓인 찌개를 대충 소개해 드릴게요. 점심이 늦어져 시간도 촉박한데 찌개 주재료인 소고기, 돼지고기가 조금도 없네요.결국 배추김치 한 줌 송송 썰어 넣고 김치국물 2스푼과 쌀뜨물을 붓고 보글보글 끓여주다 스팸반개를 빨리 우러나라고 얇게 썰어서 넣고, 선물 받은 고추참치를 한통 따서 넣었습니다. 이어 양파 반 개를 채 썰고, 마늘 1스푼과 냉동실에 있던 표고버섯도 썰어서 넣고 멸치액젓 1스푼까지 넣어 간을 맞추고 바글바글 끓여줍니다. 이때 취향에 따라 고춧가루를 넣으셔도 됩니다. 마지막으로 두부와 파를 올리고 후추 톡톡해주면 후다닥 김치찌개 완성입니다. 급할 땐 집에 있는 재료들 모두 끄집어내어 해 보는 것도 편리하네요. 맛이 부대찌개 못지않습니다.
어느새 반찬 만들다 보니 세월은 참 빨리도 가고 벌써 유월입니다. 유월에는 장마가 오기 전에 김치도 담가야 하고 웬만한 식재료들은 미리 사서 쟁여놓아야 한여름에 금값이 되더라도 잘 넘길 수 있겠지요. 제철마다 시장에 나오는 식재료들로 밥상을 채우고, 예전에 먹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하나씩 하나씩 또 만들어 보겠습니다. 이제 뭘 해야 하나 거의 바닥이 난 것도 같은데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번쩍 생각이 나곤 하거든요. 그런 저의 기억들을 무한신뢰하며최대한 끌고 나가려 하는데 잘 해낼 수 있겠지요.
어차피 시작했으니 어떻게든 마무리를 잘 해내고 싶습니다. 19화이다 보니 20화로 그만해야 할지 계속해야 할지 망설였거든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재빨리 하다가 매번 계량을 하고 사진을 찍고 영 쉬운 일이 아니네요. 그래도 매일 반찬은 할 것이고 매끼 무엇을 먹을까 걱정을 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함께 고민해 가며 마지막까지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다음 주에도 여전히 저를 기다려주시는 독자님들을 위해 그에 따른 이야기들도 함께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몸도 마음도 푸르른 유월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