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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Jun 15. 2024

꽃게탕을 끓이며...

꽃게탕, 육전, 고춧잎나물

오늘도 주말에 만든 반찬들을 들고 길 건너에 있는 딸 집으로 왔습니다.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들을 주섬주섬 치우고 창문을 활짝 열고 이방 저 방 정리를 합니다. 침대이불도 깔끔하게 각을 잡아주고, 서재에 들어서면 사위가 밤늦도록 공부를 했는지 두꺼운 원서들이 펼쳐져 있곤 합니다. 회사 다니랴 공부하랴 얼마나 힘이 들까요. 늘 안쓰러운 마음이 들곤 한답니다. 요즘은 장서 간에 편하게 지내는 분들도 많던데 10년이 지났건만 사위는 백년손님이라고 아직도 제게는 좀 어려워요. 그래도 우리 가족이 되었기에 자식 같은 마음이고 소중한 마음은 아들, 딸과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은 그런 사위가 좋아하고 잘 먹는 찌개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때마침 모임이 있어 소래포구에 간다기에 꽃게를 사 왔으면 좋겠다고 얼른 부탁을 했지요. 작지만 실하고 싱싱한 암꽃게를 푸짐하게 사들고 왔습니다. 바로 손질하여 양념꽃게무침을 하고 시어머니께 배운 꽃게탕을 끓였습니다. 암꽃게 3마리와 오징어 1마리, 새우 5마리를 준비했습니다. 이럴 때가 바로 3대의 냉장고가 늘 터져나갈 것 같다는 것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겠지요. 언제든 주재료가 등장하면 그에 울리는 재료들이 냉장고에 있으니 바로 해결이 되니까요. 꽃게는 게딱지를 벗겨 진홍색 알이 버려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손질해 주고, 오징어, 새우도 다듬어 먹기 좋게 잘라주었습니다.


들어갈 재료들은 무 1 도막을 나박나박 썰어주고 양파 반 개와 호박 2 도막도 썰어주고. 마늘 2스푼과 팽이버섯, 쑥갓, 어슷 썬 대파도 준비했습니다. 적당한 냄비에 3분의 2 정도 쌀뜨물을 붓고 끓이면서 맨 먼저 무를 넣고 꽃게와 해산물들을 모두 넣고 집된장을 크게 2스푼을 걸러서 넣어줍니다. 이어 고추장 1스푼. 고춧가루 1스푼, 멸치액젓 1스푼, 마늘과 생강 한 꼬집을 넣어 푹 끓여서 국물이 충분히 우러나도록 해줍니다. 점점 국물이 진해지며 예전 그 맛이 느껴집니다. 마무리로 팽이버섯과 대파, 쑥갓을 올려주고 후추로 마무리해 주면 꽃게탕 완성입니다. 어렵지 않지요




두 번째로는 우리 손자들이 좋아하는 육전을 해보겠습니다. 육전은 오래전 여행 중에 냉면을 먹기 위해 진주에 들렀다가 먹어보고는 그 맛을 알게 되었어요. 냉면 위에 올려진 그 육전이 얼마나 맛있던지요. 눈으로 보아도 어렵지 않을 것 같아서 해보니  맛이라서 자주 해 먹는 편입니다. 고기는 인터넷으로 주문하거나 정육점에서 육전용으로 사면됩니다. 필요한 재료도 간단해요. 육전용 소고기 200g과 계란 2알, 소금, 후추, 부침가루만 있으면 됩니다. 먼저 키친타월로 고기의 핏물을 제거해 주고 소금, 후추 뿌려 밑간을 하여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밥상 차리기 전에 바로 구워내야 따뜻하니 맛있어요.


고기를 다시 꺼내어 부침가루를 앞뒤로 묻혀주, 살짝 소금 간을 한 계란옷을 입힌 뒤에 팬에 식용유를 둘러 중불로 노릇하게 살짝 구워주면 끝입니다. 이제 양념장을 만들어 찍어먹으면 되는데 꼬마들이라 양조간장에 참기름과 깨소금만 넣어서 주었더니 오물오물 어찌나 맛있게 잘 먹는지요. 어른들의 경우 파, 마늘에 고춧가루, 식초, 풋고추 등을 넣어 초간장을 만들어서 찍어먹으면 더 맛있겠지요. 시간도 오래 안 걸리고 간단하니 더운 날씨에 후딱 해서 드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각종 야채들을 구매하기 위해 로컬푸드매장에 들렀더니 드디어 고춧잎이 나왔네요. 봄이 되고 여름이 되려 하니 갖가지 야채들이 나와서 주부들의 손길이 바빠집니다. 포장된 고춧잎을 풀어 큰 줄기를 빼내고 잎으로만 다듬어주니 250g 정도 됩니다. 끓는 물에 천일염 한 꼬집 넣고 살짝 데쳐 거품이 사라질 때까지 헹궈주세요. 삶아놓으니 초록초록 싱그럽네요. 무침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각종 양념과 소금만으로 무치거나, 약간의 고춧가루를 추가하거나,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같이 넣는다거나 입맛대로 하시면 되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것은 두 번째지만 식구들이 좋아하는 세 번째 방법으로 고추장 2스푼과 고춧가루 1스푼, 올리고당 1스푼, 들기름 1스푼, 파, 마늘 조금씩, 고명으로 빨간 파프리카와 깨소금 넣어 조물조물해 주면 완성입니다. 말해 무엇해요. 맛있습니다.




사위는 금, 토요일에는 대학원(MBA과정)을 가고 평일에는 그때 못한 업무를 해야 하니 늘 밤늦게서야 퇴근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일에 열심인 사람이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아지다 보니 요즘 얼굴이 많이 야위어졌어요. 고민 끝에 선택한 과정인데 비즈니스상 골프까지 배우느라 몇 시간 되지도 않는 잠까지 줄이며 동분서주하니 대견하면서도 안타깝기만 하지요. 딱히 도와줄 방법도 없는데 평일에는 회사에식사를 해결하기에 마침 일요일에 시간이 되어 저녁을 같이 먹게 되었던 것이지요. 바닷가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생선과 해물종류를 참 좋아하는데 꽃게무침과 꽃게탕을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요.


많이 먹지도 않는 사람이 밥을 더 먹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고 고맙기까지 했어요. 언제나 알뜰하고 성실하게 변함없이 사는 모습에 그저 조용히 응원을 해줄 뿐입니다. 비록 지금은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도 언젠가는 오늘의 힘듦이 꼭 좋은 결실이 되어 줄거라 믿습니다. 누군가는 복에 겨운 일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아버지 일찍 여의고 제대로 된 잠자리도 없이 독서실 총무로 전전하며 숙식을 해결하고, 어렵게 공부하다 딸을 만나 이룬 지금입니다. 그렇게 고생했던 만큼 본인이 계획했던 일들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더 큰 행복으로 딸네 가족이  평안하기 기도해 봅니다.



토요일 일정이 많아 12시 26분 이 시간에 발행하고 꿈나라로 가보려 합니다. 고운 꿈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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