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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Jul 25. 2024

진주냉면과 내가 만든 냉면

이설옥을 가다

여름이 되면 자주 가는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집이 문을 닫았다네요. 갈 때마다 대기를 하고서야 먹기도 했는데 어찌 그럴 수 가요. 그렇다고 진주까지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근처를 검색하다 또 다른 집을 발견하고는 바로 실행에 들어갑니다. 여행 중에 들렸던 진주에서 먹고 반했던 육전과 고명이 예술처럼 올려진 비주얼 끝판왕 진주냉면.


외식을 하는 주말, 집에서 차로 10킬로도 안 되는 거리이기에 느긋하게 출발을 했습니다.  앗! 그런데 벌써 대기자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대기표 51번,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점심을 다른 메뉴로 변경해야 하나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사람심리가 맛있어서 줄까지 선다는데 그냥 돌아설 수가 없지요. 다행히 메뉴가 냉면위주다 보니 회전이 빨라서 바로바로 자리가 났어요.


도착한  20분 정도 기다렸을까요. 홀은 작지만 깔끔한 인테리어에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도 단정한 복장에 왠지 이 집 음식은 더 맛있을 것 같았어요. 우리는 물비빔냉면과 물냉면, 육전을 주문했어요. 냉면은 한 그릇 이래 봐야 몇 젓갈 먹으면 그만이고, 진주냉면은 육전에 싸 먹어야 제맛이기에 기다리느라 더 고파진 배까지 채우고자 소식좌임에 불구하고 육전까지 주문했답니다. 기다리는 동안 셀프로 따끈한 육수를 가져다 먹을 수 있습니다. 냉면 먹으러 가는 것보다 육수 먹으러 가고 싶을 때도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편입니다.

<물비빔냉면과 물냉면>


그렇게 따뜻한 육수를 홀짝이며 10분 정도 기다렸을까요. 먼저 육전이 나와야 하는데 주방사정이 있는지 냉면이 먼저 나왔습니다. 대접받는 기분이 드는 큼직한 놋그릇에 그림처럼 올려진 고운 지단 위에 실고추가 화룡점정을 찍습니다. 물비빔냉면은 물냉면에 비빔장을 추가한 것으로 육수는 해물육수로 담백하고 무겁지 않아 자꾸 떠먹거나 한 양반은 둘러마십니다. 적당히 매운맛에 메밀냉면 위로 간이 잘 밴 무김치와 배, 오이가 먹음직스럽게 올려지고 큼직하게 채 썬 육전까지 눈으로 먹어도 맛있어 보일 지경입니다.


물냉면도 해물육수라는데 맛이 해물맛인지 채수육수인지 그 어딘가 중간쯤 맛으로 강하지 않고 그렇다고 슴슴 밍밍한 맛도 아니고 적당한 간으로 제 입맛에는 잘 맞았습니다. 이참에 제 맛집목록에 추가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지요. 넉넉한 양념들을 풀어헤치며 섞어서 식초와 겨자를 넣어주면 이제 시원한 냉면을 소담스럽게 먹을 일만 남았습니다. 제 몫인 물냉면을 먹기 전에 조금 덜어내고 먹기 시작했는데 먹어도 먹어도 양이 줄어들지 않는 거예요. 더구나 육전이 나와서 냉면에 돌돌 말아서 먹다 보니 배는 불러오고 과식이 되어버렸어요.


큼직하게 부쳐진 육전은 세 조각이 나왔는데 딱 입으로 가져가는 순간 마늘향이 약간 올라오면서 고기잡내 없이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육전에서 야채도 아닌데 신선한 맛이 났다고나 할까요. 다음번에 집에서 육전을 만들 때는 마늘을 조금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오늘 처음 가본 이설옥은 성공이었어요. 너무 크지도 않고 작은 홀에 깔끔하고 푸짐한 양에 결국 육전은 남아서 셀프바에 비취 된 용기에 포장해 왔습니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겠지만 체인점으로 운영되기에 운 좋게 가까운 곳에  식당이 있다면 즐기실만한 진주냉면이었습니다.




장황하게 외식내용을 적어 보았는데 업체와는 절대 무관합니다. 매일 외식을 할 수는 없으니 집에서도 해 먹어 봐야겠지요. 면까지 뽑을 수는 없고 간편하게 공구마켓에서 산 시판용 냉면을 활용하여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포장된 그대로 먹으면 뭔가 허전하니 비슷하게 흉내 좀 내볼게요. 재료는 오이를 채 썰고 무도 적당히 썰어서 설탕에 절였다가 양념(고춧가루, 소금, 설탕, 식초)하여 무김치를 만들었어요. 냉면에 올려줄 양념도 만들어야겠지요.


비율은 제입맛대로 만들었는데 고춧가루 3스푼에 양조간장 5스푼, 유기농 황설탕 3스푼, 2배 사과식초 스푼, 생강가루 조금, 마늘 1스푼,  곱게 썬 대파 한 줌 넣어 골고루 저어 하루 전에 냉장고에 넣어두었습니다. 이제 냉면을 삶은 뒤에 충분히 헹궈서 넓은 그릇에 담고 동봉된 육수를 부어주고, 만든 양념장을 먼저 1스푼 반만 넣어주고 나중에 부족하면 더 넣도록 해볼게요. 그 위에 고명들을 올려줘야겠지요. 무김치를 올리고, 채 썬 오이와 육전(21화에 레시피 있어요)도 크게 채 썰어 올려준 다음 얇게 부쳐서 썬 노란 지단을 정성껏 올려줍니다. 마지막으로 언니의 칼질솜씨가 빛나는 실고추와 깨소금 솔솔로 마무리해 주었습니다(방울토마토는 사진이 안 예쁘게 나와서 그냥 먹었어요ㅎ).


캬아~ 비주얼은 괜찮네요. 진주물비빔냉면과 비슷한가요. 맛은 시판용 육수에 우리 집 양념장이 추가되어 또 다른 희야표 우리 집 냉면이 탄생했습니다. 다만 비주얼적인 면에서 진주냉면과 비슷하게 꾸며보았어요. 내 집에서 먹으니 내양대로 만들어 먹을 수 있어 굳이 지불한 돈이 아까워 꾸역꾸역 먹었다가 고생할 일도 없고 만족스러운 식사였답니다. 무엇보다도 제자랑 같지만 이거 어디서 사 왔느냐고 물어보는데 눈이 더 동그래질 뻔요. 어렵지 않으니 시간이 허락한다면 가끔은 가족들과 함께 만들어 면 어떨까요. 어쨌든 형편껏 외식을 하거나 집에서 해 먹어도 좋고 세상에는 먹을 것들이 너무 많아서 행복한 날들입니다. 장마와 무더움이 정점을 찍어가는 요즈음 시원하게 냉면 한 그릇 드시고 잠시 쉬어가는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맛있는 글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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