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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Aug 24. 2024

버터갈릭소스를 품은 식빵 토스트

아~ 언제까지 나는...

  출근한 적도 없건만 괜스레 휴일이면 마음도 여유롭고 몸은 한껏 늘어집니다. 6시쯤 눈이 떠져 뭉기적거리다가 8시가 다 되어서야 침대를 가까스로 빠져나와 게으른 아침을 준비합니다. 오늘은 매일 먹는 샐러드와 버터갈릭소스를 올려 구운 식빵 토스트를 만들어 볼 거예요. 맨 먼저 하는 아침루틴은 양치를 하고 마실물을 만드는 일입니다. 오늘은 옥수수차 큰 티백을 물병에 담은 뒤 온수를 조금 채워 우러나면 정수물로 가득 채워줍니다. 하루동안 저의 식수가 되어줄 거예요. 맹물보다는 보리차, 옥수수차, 둥굴레차, 결명자차 등등이 목 넘김이 좋아서 만들곤 합니다.


  다음은 샐러드를 만들어 줄 거예요. 요즘 마트에는 양상추가 귀한지 수입산으로 대체되고 있지만 기어이 어디에선가 구해온 국산양상추를 씻어 접시에 담아줍니다. 장을 보러 가는 날이라 만만한 오이도 파프리카도 브로콜리도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방울토마토와 어제 남은 키위를 올려주고, 요즘 맛이 든 초록사과와 아몬드, 계란을 올려줍니다. 한 접시는 이대로, 또 한 접시는 발사믹식초로 마무리해 줍니다. 당뇨가 있는 남편이 완전 소스 없는 샐러드를 먹으며 조절이 잘 되고 있거든요. 아직 거기까지는 자신이 없어 저는 다른 소스 없이 발사믹에 의존하여 먹고 있습니다.


  어제 남은 키위는 시어머니 요양원 면회를 가기 위해 미리 사다 숙성시켜 놓았던 것인데, 물렁한 황도와 카스텔라를 드시느라 몇 조각 못 드시는 바람에 다시 가져온 거예요. 지난번보다 더 야위어지셨지만 총기가 폭발하여 만나는 순간부터 올 때까지 내손을  잡고는 저를 또 울리고 말았습니다. 오랜만에 우리 딸과 아들을 영상통화로 만나게 해 드렸거든요. 오랜 세월을 한 방에서 끌어안고 잔 손녀딸, 장손이라고 당신 쌈짓돈까지 다 털어주며 애지중지 돌봐주신 최애 1순위 손자인 우리 아들. 영상으로 만나시면서도 보고 싶다며 울음에 복받쳐 전화기를 자꾸만 가슴에 끌어안으시는 통에 몇 번이나 달래 드려야 했습니다. ~ 언제까지 나는 이렇게 가슴 아파해야 할까요. 자식들이 면회를 하고 나면 손주들까지 차례가 오질 않으니 낸들 어쩔 수야 없지만 다음엔 꼭 애들 데리고 오겠다며 약속을 해버렸습니다.


  키위 몇 조각 때문에 또 아침부터 눈물바람했네요. 인생이 다 그런 것 같아요. 겉으로 보기엔 모두 평안해 보여도 한두 가지쯤은 누구나 아픔을 지니고 산다잖아요. 길게 보고 가야 하는 시간들, 이제 무거웠던 마음 살며시 내려놓고 식빵 두장을 꺼냈습니다. 가로 3번 세로 2번 소스가 스며들 수 있도록 살짝 칼집을 내주고 소스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버터 10g과 콩콩 찧은 마늘 2스푼, 꿀 1스푼, 파슬리가루 듬뿍 1스푼을 넣어 저어주려니 버터를 안 녹였네요(버터는 미리 녹여주세요). 어쩔 수 없이 레인지에 30초 돌려 해결했습니다.


  식빵 위에 만든 소스를 골고루 올려주고 에어프라이 160도로 7분을 구운 뒤 그래도 심심할 듯싶어 치즈 한 장을 꺼내 반쪽씩 올리고 치즈가 녹도록 1분 동안 돌려주었어요. 적당히 노릇하니 냄새도 훌륭하고 괜찮다 싶어 어제 막내시누이가 준 요구르트와 요플레로 아침상을 차려냈더니 토스트가 그래도 달다 하네요. 앞으로 꿀은 반스푼만 넣기로 했어요. 당뇨가 없는 분들은 1 스푼이 맞아요. 제 입맛에는 좋거든요. 오랜만에 먹은 달달한 요플래와 향긋한 마늘냄새가 어우러지고 바삭한 식감이 주는 고소함에 만족스러운 아침식사로 행복 한 스푼 담아보았습니다. 오늘도 맛있는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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