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에 초록오이꽃이 피었어요.
당근과 오이의 불편한 진실
토요일은 이제 그냥 보낼 수가 없나봐요. 30화의 긴 시간을 함께 한 토요일이 제게 마법을 걸어 놓았나 봅니다. 요즘 새로운 연재로 어둠 속을 헤매는 듯 경황이 없지만 이런 때일수록 외도 아닌 외도로 딴짓을 해야 그 에너지가 채워질 듯싶어요. 이런 때는 뭐다! 바로 먹는 것이지요. 입안이 행복하고 배가 든든해야 활력이 솟는 법. 오늘도 뭘 해 먹을까 머리를 굴리는 순간 있는 재료들 동원하여 만들 수 있는 것들을 줄줄이 나열해 봅니다. 김밥김도 있고 계란, 당근. 오이, 김치 등등 다 있으니 심플하게 돌돌 말아보기로 결정했어요.
올여름에는 최화정이 쏘아 올린 오이김밥이 주목을 받았지요. 다이어트에도 손색이 없는 김밥이지만 아무리 땡초된장을 올린다 하여도 오늘은 무언가 더 넣어서 다르게 해보고 싶어 집니다. 굳이 김밥 하자고 이 더운 여름날 마트를 나가자니 그렇고 집에 있는 재료로만 만들어 보겠습니다. 일단 주재료인 여름오이(가시오이)가 우리 집에 왔습니다. 시골언니가 바로 따서 가져다준 50여 개의 어마무시한 양의 오이로 무얼 만들어야 할까요. 일단 샐러드용으로 몇 개 남기고, 딸네도 주고 잠시 들리신 둘째 시누이님을 드렸어도 많이 남았습니다. 결국 이 많은 걸 소진하기 위해서는 힘들어도 명절 때까지 먹을 오이깍두기를 한통 담가 놓고, 요즘 핫하다는 통오이 김밥은 아니지만 오이가 아주 듬뿍 들어간 김밥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통오이김밥은 간이 된 밥 위에 오이를 통째로 넣어 말아주고, 된장이나 쌈장에 청양고추 썰어 넣고 소스만 만들어 올려드시면 됩니다. 소스도 시판되고 있더라고요.)
며칠 전에 마트 앞을 지나는데 당근이 큰 바구니로 삼천 원, 횡재했다 싶어 얼른 사다 놓았지요. 간을 더하기 위해 매콤한 묵은지와 계란도 넣어 간단하게 만들어 보겠습니다. 문제는 당근과 오이를 같이 먹으면 안 좋다. 그런 말들이 있습니다. 당근에 함유되어 있는 아스코르비나이제 효소가 비타민 C를 산화시키기 때문이라는데요. 아스코르비나이제 효소는 열에 약하여 당근을 익혀 먹으면 효소의 활동성이 감소하여 비타민 C의 파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 문제가 없겠지요. 당근은 채 썰어서 소금 조금 넣어 식용유에 볶아줄 거니까요.
그리고 아스코르비나이제 효소가 당근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양배추, 시금치, 브로콜리, 고추, 감자, 호박, 가지 등에도 있다고 합니다. 당근만 오이와 함께 먹는다고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는 것이지요. 채소나 과일에 들어있는 비타민 C는 열, 습도, 산소등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산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음식의 궁합에 따라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더구나 식초를 살짝 감미하면 아스코르비나이제 효소의 활성도를
떨어뜨려 비타민C 흡수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요. 당근에는 비타민 A의 전구체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고, 오이에는 칼륨과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있어 두 식재료가 만나면 분명 우리 몸에 좋겠지요. 베타카로틴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데, 칼륨과 만나면 그 효과가 배가 되고. 우리 몸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세포 손상을 막아 노화를 지연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하니 이 얼마나 훌륭한 식재료인가요(인터넷 참조).
그런 좋은 식재료인 오이는 둥근 모양으로 얇게 썰은 뒤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꼬들해 지도록 꼭 짜줍니다. 묵은지는 소를 털어내고 길게 썰어 꼭 짠 뒤 들기름과 설탕 조금만 넣어 살짝 볶았어요. 단백질 보충을 위한 계란은 좀 번거롭지만 한 개씩 풀어서 소금 아주 조금만 넣고 넓게 부쳐서 재료들을 감싸줄 거예요. 둘이 먹을 거라 김밥은 딱 3줄만 만들어 보겠습니다. 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어 식혀서 소금, 식초, 설탕으로 만든 단촛물과 통깨와 참기름을 넣어 맛있게 비벼줍니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김밥에게 양보해 주세요.
김밥김 위에 밥을 올리고 계란과 특별히 한 줄만 형부께서 따서 보내주신 내가 좋아하는 깻잎도 2장 올렸어요(형부, 잘 먹겠습니다). 그다음 볶은 당근과 묵은지, 오이 왕창 올려줍니다. 가수 자두의 '잘 말아줘 잘 눌러줘... 널 사랑해... 끝까지 붙어 있을래' 김밥노래를 흥얼거리며 야무지게 말아주면 오이 듬뿍 건강김밥 완성입니다. 먹기도 전에 입안 가득 침이 고이네요. 얼른 먹기 좋게 썰어서 접시에 예쁘게 담아내어 입에 넣는 순간 초록초록한 오이가 꼬들하고 담백하니 이리도 맛있을 수가요(푸짐한 소스맛을 원하신다면 치즈나 마요네즈, 후추 들어간 참치를 추가하면 되겠지요). 들어가는 재료도 많지 않고 만들기도 쉬운 오이김밥 강추입니다. 오늘도 맛있는 하루 보내세요.
# 오이김밥
# 오이와 당근 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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